“수개월 재판 받았는데 무효라니” 법원 배당 오류 3년간 1만6000건
아동 학대 혐의로 기소된 보육 교사 A씨는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작년 12월 2심에서 ‘1심 재판을 다시 받으라’는 파기환송 결정이 나왔다. 판사 한 명이 있는 단독재판부 관할 사건인데 합의부에서 재판을 진행했기 때문에 법원조직법을 위반했고 그래서 1심 판결이 무효라는 취지였다. 사건 배당의 주체는 법원이다. 법원의 실수로 A씨는 몇 개월을 허송세월한 것이다.
이런 식의 ‘배당 오류’ 사례는 2020년부터 3년간 1만5851건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실이 대법원에서 받은 통계에 따르면, 그 가운데 민사사건이 1만4287건, 형사사건이 1564건으로 나타났다. 하루 14건꼴로 배당 오류가 있었던 셈이다.
법원조직법에 따르면 민사 사건은 소송 금액이 5억원 미만이면 단독재판부로, 5억원 이상은 합의부로 배당된다. 형사사건은 사형,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형이나 금고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건은 합의부, 그 이하의 사건은 단독판사 관할로 돼 있다. 또 지역 등 재판 관할권도 지켜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법률 위반이 되는 셈이다. 일찍 발견하면 사건을 재배당하면 되지만 선고까지 간 경우라면 심리 권한이 없는 재판부가 심리한 것이어서 상급심에서 파기 사유가 된다.
‘배당 오류’ 가운데 합의부와 단독재판부 착오 사례가 민사 7286건, 형사 872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또 2016~2018년에는 형사사건의 경우 합의부·단독부 착오가 409건이었는데 최근 3년간 두 배로 증가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건이 법원 접수계에 접수되면 법원 직원이 기준에 따라 사건을 합의부 및 단독재판부로 분류한다. 분류된 사건은 각 법원 수석부장판사 결재를 받아 전자 시스템에 따라 자동 배당된다. 직원이 사건을 잘못 분류하더라도 수석부장판사나 재판부가 바로잡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례가 급증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김명수 대법원 들어 뚜렷해진 ‘기강 해이’의 징표”라는 말이 나왔다. 한 법조인은 “’워라밸(일과 개인 삶의 균형)’ 분위기에 ‘감독’을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풍토에서 법원이 이전 같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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