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 시스템이 정치 양극화 키워... 선거제 개편돼야”
여야 원로·전문가들 선거제 개혁 목소리
여야(與野) 원로와 전문가들이 11일 현 소선거구제가 국민의 의사를 대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선거제 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승자 독식의 선거제 개편을 통해 ‘내로남로’(내가 해도 로맨스, 남이 해도 로맨스) 정치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언급한 이후 진영을 가리지 않고 선거법 개정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1928아트센터에서 ‘하나되는 대한민국’을 주제로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보다 8% 정도 더 득표했는데 의석수는 거의 2배 차이가 난다”며 “국민의 표가 의석에 정확히 반영되지 않는 이런 승자 독식은 사회 갈등을 야기하는 요소”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절대 다수당이 됐다고 사회 갈등이 해결됐나”라며 “오히려 국민 지지에 합당한 의석 배분이 이뤄지지 않아 갈등이 더 심해졌다”고 했다. 지난 총선에서 지역구 득표율은 민주당 49.9%, 국민의힘 41.5%로 8.4%포인트 차였지만 의석수는 민주당 163석, 국민의힘 84석이었다. 김 전 총리는 “대통령 선거도 1%포인트 미만 차이로 승패가 갈리지만, 진 쪽에선 이를 갈며 국정 운영에 전혀 협조하지 않고 솔직히 정부가 실패하고 실수하기만 바랄 것”이라며 “정치 시스템이 잘못된 것인데 개헌과 선거제 개편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과 총리 등을 지냈다.
김대중 정부에서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명자 전 의원은 “(17대) 국회 비례대표로 들어갔는데 효율성, 합리성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방식으로 일하는 조직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며 “전국에서 모든 갈등과 문제가 생기는 곳이 여의도인데 사회적 협상 능력이 미흡해서 이런 혼란을 겪는다는 게 제가 내린 결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소셜미디어 등 기술 혁신으로 양극화 갈등은 더 심해질 것”이라며 “새 질서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했다.
현 야권의 경제민주화 논의를 주도했던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장은 “한쪽에 너무 자원이 몰리면 정치적 영향력을 더 과도하게 행사하면서 정책이 왜곡된다”며 “거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포퓰리즘이 나온다”고 했다. 또 “정치적으로 진보와 보수 갈등이 심화했음에도 양쪽 어느 쪽에서 정권을 잡았을 때에도 경제 양극화 문제에 제대로 대응을 못 했다”고 했다.
정치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도 전문가들 제언이 이어졌다. 김용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초빙교수는 “3김 시대, 이후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이 주도하는 정당 정치에서 다음 총선은 새 인재 영입을 위해 근본적이고 파격적인 정치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등을 제안했다. 반면 안재흥 아주대 명예교수는 “21대 총선에서 연동형 비례제는 위성 정당 출현으로 실패했다”며 “대통령제에서 비례제는 친화적이지 않다”고 했다. 진영재 연세대 교수는 “기능 분화와 충원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통합이 어렵다”며 “지역 사무는 지방에 맡기고 국회의원은 국가 사무에 전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는 “한국 정치에선 가치 기준의 일관성보다 진영에 대한 맹목적 추종이 더 중시된다”며 “내로남불을 내로남로의 상호 관용 정치 문화로 대체해야 한다”고 했다.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은 “많은 분이 우리 사회가 점점 둘로 갈라져 가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걱정을 품고 계실 것”이라며 “과학이 아닌 진영 논리가 우선되고, 발전적 상생이 아닌 이기는 것만이 목표인 사회에서 더이상 민주주의가 숨 쉴 곳이 없다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갈등의 골이 너무 깊어지면, 때론 건너기가 어려워진다”며 “통합위가 국민이 서로 건너가는 다리가 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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