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김혜자, 연기가 곧 인생 “늦은 건 없어...나를 잘 끝마치고파”[종합]
‘유 퀴즈 온 더 블럭’ 드라마 같은 이야기가 감동을 선사했다.
11일 오후 방송된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인생 드라마 특집으로 저스트절크, 김혜자가 출연했다.
이날 국가 대표 크루 저스트절크는 등장하자마자 ‘새삥’ 춤으로 시선을 끌었다. 2010년 결성된 저스트 절크는 미국 세계적인 힙합 대회 ‘바디 락’에서 한국 최초 우승, ‘아메리카 갓 탤런트 12’에 참가해 심사 위원 기립 박수를 끌어내며 쿼터 파이널에 진출했다.
이어 이들은 2018 평창 올림픽 개막식 단독 무대에서 활약 후 2020년 ‘스트릿 맨 파이터’ 우승으로 최정상 댄스 팀에 등극했다.
‘스맨파’ 파이널에서 92,321표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우승한 저스트절크에게 유재석은 이미 세계 정상 팀인데 어떻게 출연했냐 물었다.
영제이는 “저희가 16, 17년도에 대회를 나가고 공연이 잘 됐다. 세계 정상 타이틀을 얻은 후라 섭외가 많이 들어왔는데 코로나 19로 행사나 대회들을 4, 5년 정도 못 했다. 그러다 보니 한창 활동하는 어린 친구들이 ‘저스트절크’ 한물가지 않았나? 하는 제스처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실력에 대한 의심의 목소리에 저스트절크는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출연했다고 밝혔다.
‘스맨파’에서 비수가 된 말이 있었다고 말한 영제이는 “저희 팀이 파워풀하고 빠르다. 디기디기딕 갱갱갱 같다. 올드 프레임이 그때부터 씌워진 거라며 풍자와 부정적인 시선들을 언급했다.
막내 박민서는 “21세에 올드하다는 얘기를 듣는다는 게..”라고 말해 폭소케 했고 영제이는 받아들이면 편하다고 더 보여주자 전략으로 나섰다.
저스트절크 결성 계기를 묻자 영제이는 “원래 꿈이 복싱 선수였다. 개인 사정으로 체육관과 인연이 안 되게 돼서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친구들이 장난스럽게 춤을 춰 보라고 권유했다.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질릴 때까지 해보려고 했는데 혼자 춤을 추니 외롭고 쓸쓸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이 공연 보러 가고 공연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준호(제이호)한테 같이 할 생각 없냐 물었더니 엄마 허락받고 오겠다며 승낙을 얻어냈다. 그때가 17세였다”라고 밝혔다.
이후 저스트절크는 멤버를 충원하며 현재 5기까지 19명이 활동 중이다. 처음 팀을 만들고 난 후 영제이는 연습할 만한 장소나 돈이 없어 한강공원 주차장에서 새벽 연습을 했다.
스피커 하나 돈 모아 사고 대회 연습을 했고 멤버들은 낮에 아르바이트, 강사 활동을 했다. 제이호는 “저희가 일하고 있는 학원 원장 선생님들이 연습실 써도 돼, 청소만 잘하면 된다고 도움을 주셨다. 연습실을 빌릴 수 있는 날은 연습실을 쓰고 안 되는 날은 한강에 갔다. 연습실을 쓸 수 있던 날 거울에 비친 우리 모습을 기억하면서 한강에서 계속 생각하면서 연습했다. 그때는 그림자가 저희 거울이었다”라고 말했다.
에스원은 “첫째 누나가 하루에 만 원씩 용돈을 보내줬다. 그럼 그걸로 지내는 거다. 돈 더 써야 할 때가 있는데 돈이 없으니 밥 먹었다고 하고 굶고 연습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수입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바디 락’ 세계대회 우승 후였다. 그렇게 되기까지 7년 정도 걸렸다 말한 제이호는 “각자 생계비를 알아서 벌었다”라고 말했고 영제이는 “연습실을 갖게 된 건 2018년 평창올림픽 이후다”라고 말했다.
2014년 바디 락 대회에서 수상하지 못하고 아쉬운 마음으로 잠이 든 영제이는 “영감을 얻으려고 이어폰을 끼고 잤다. 당시 ‘추노’가 유행이었는데 OST가 꿈이랑 연결 됐다. 한복 입고 무대에서 춤추는 꿈이었다. 그걸 꾸고 제이호한테 가서 이걸 응용해서 무대를 해보자 했다. 그게 한복 의상의 시작이었다”라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한국 최초로 ‘바디 락’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영제이는 “마무리하는 순간 리정이가 저한테 1등 한 거 같다고 말했다. 1등 발표했는데 저희 이름이 나왔다고 해서 옆을 봤는데 몇백 명의 댄서들이 다 저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댄서들 박수를 받으며 그사이를 지나갈 때 느꼈던 순간이 최고의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2016 ‘바디 락’ 대회 후 ‘아메리카 갓 탤런트 12’에서 연락이 와 출연했던 저스트절크는 극찬을 받았다. 10팀이 나오면 10팀 다 악평하는 사이먼은 저스트절크에게 호평과 함께 관객들도 기립 박수를 날렸다.
영제이는 “동양인으로서 외국에 갔을 때 겪는 일들이 있지 않으냐. 저희 팀 이름이 불리면 다들 웃기 바빴다. 직역하면 그냥 바보라는 뜻이라. 저희가 춤을 추고 나면 반응이 바뀌면서 저스트절크라는 이름을 더 기억에 남겼다”라고 전했다.
댄서로서 전 세계 최초 올림픽 단돈 공연을 한 저스트절크는 행사로 번 돈을 멤버들 합의로 모으기 시작해 연습실을 드디어 얻게 됐다.
관절에 무리가 많이 가는 고난도 동작이 많은 춤에 영제이는 “‘스맨파’ 파이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턱이 부러졌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승부욕을 너무 긁어서 몸을 아낄 새 없이 죽어라 했다. 최근 헐크가 허리 시술을 받았다. 저도 시술 부위가 또 터졌다”라고 고충을 전했다.
제이호 또한 “발목, 허리, 어깨 통증이 항상 있다. 많은 댄서들이 가지고 있을 게 정신적 스트레스다. 무대에 올라가고 안무도 짜야하고 틀리면 안 된다는 압박도 있다”라고 밝혔다.
박민서는 “저희 팀 퍼포먼스가 조금이라도 틀리면 눈에 확 들어온다. 안무 양도 많은데 엄청 잘 외워야 하고 힘도 세야 하고 빨라야 하고”라고 하소연했고 영제이가 사죄해 폭소케 했다.
그럼에도 춤출 때가 가장 행복하냐는 물음에 영제이는 “‘스맨파’ 우승할 때도 해냈다는 느낌이었다. 그럴 때마다 노력했던 과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팀 멤버에게 감사함을 느꼈고 멤버들이 더 잘되는 게 제 목표다. 지금은 저보다 멤버들 행복이 우선순위다”라고 말해 훈훈케 했다.
국민 배우 김혜자는 인사를 부탁하자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토크쇼를 무서워한다. 말도 조리 없게 하고 횡설수설해서.. 도와주세요”라고 말해 웃음 짓게 했다.
근황으로 데뷔 60주년 기념 에세이를 출간했다 말한 그는 “저는 연기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엄마, 아내 노릇도 빵점이었다. 식구들이 이해해 줘서 연기 잘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나는 누구인가?’, 연기하면서 배운 것들과 추구해 왔던 것들에 대해 무언가 쓰고 싶었다. 나이도 많아지고 나를 정리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았다”라고 밝혔다.
‘연기는 나입니다. 숨 쉬는 것처럼’라는 구절을 쓴 김혜자의 에세이에 유재석과 조세호는 감동했다.
수많은 인생작을 남긴 김혜자는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묻자 “그걸 뽑는 게 정말 어렵다”라며 두 사람에게 질문을 넘겼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기억을 더듬자 김혜자는 “‘전원일기’ 밖에 모르죠. 오래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조세호는 아홉 살에 ‘전원일기’ 극 중 속상해하면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던 김혜자의 모습을 보고 엄마를 안아줬다고 털어놨다.
‘전원일기’에 22년간 출연한 김혜자는 80, 90년대 한국인이 사랑한 배우 1위에 등극했다. 양촌리 김 회장님 댁 사모님 ‘이은심’ 역을 할 때 나이가 39세였던 김혜자에 유재석은 “한참 젊은 나이에”라고 말했다.
이에 김혜자는 “김수미는 더 한창 젊은 나이에 60세 일용 엄마가 됐다. 그때는 나이 드신 연기자가 별로 없었다. 우리가 말하자면 제일 선배다”라고 말해 폭소케 했다.
당시 29세에 할머니 역할을 했던 김수미에 김혜자는 “김수미 씨는 심했다. 옛날에는 그랬다”라고 미소 지었다.
나에게 ‘전원일기’의 의미를 묻자 그는 “사람을 가르치는 드라마였다. 부모가 하는 일, 자식으로서의 도리가 ‘전원일기’에 다 있었다. 교과서 같은 드라마였다. 그 드라마를 하면서 속이 채워지는 느낌이었다”라고 전했다.
‘전원일기’에서 하차시켜 달라 요청한 적이 있는 김혜자는 “김정수 씨가 ‘전원일기’ 10년 쓰고 못 쓰겠다고 그만뒀다. 밤새 작품을 쓰고 이튿날 보면 언젠가 한 걸 또 써놨다더라. 새로운 이야기가 안 나오고 하니 도망가다시피 하고 그만뒀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때 다 같이 막을 내렸으면 좋았을 텐데 방송국에서는 안 그러지 않냐. 하차하기 위한 방법까지 얘기했다. 길에서 교통사고 죽었다던가, 그러면 아버지 재혼 문제도 있을 거고”라며 ‘전원일기’ 팀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제시했다.
김혜자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조미료 광고다. 27년 동안 했던 조미료 광고에 그는 한국 기네스북에 올랐다.
김혜자는 “이후 다양하게 타사 조미료 제품이 나왔다. 타사의 광고 모델 교체가 잦았던 때라 ‘우리도 바꿔볼까’ 이런 마음이 있었나 보더라. 그런 얘기를 한두 번해서 ‘내가 그만했으면 좋겠죠?’라고 묻고 그만뒀다. 그런데 한 해 쉬고 또 하자고 했다. 27년 되기 전이었는데 한 해 쉬고 또 했다”라고 대기록 비하인드를 밝혔다.
봉준호 감독은 ‘마더’에 김혜자를 섭외하기 위해 수년간 노력했다. 김혜자는 “몇 년간 연극하는데도 오고 집으로도 전화해 그 여자 얘기를 자꾸 해줬다. 아들은 원빈이라 했다. 나에게 ‘마더’ 엄마를 계속 심어줬다. 다른 걸 하면서도 그 ‘마더’를 잊을 수 없다. 책만 안 줬지 그 여자를 잊을 수 없었다. 얼마나 지독하냐”라고 말했다.
김혜자는 봉준호 감독에 대해 “되게 순진하게 생겼다. 그런데 그 사람 천재다. 연기할 때도 많이 가르쳐줬다”라며 “연기를 하는데 안 됐다. 그 사람은 신경질도 안 부린다. 스태프에게도 화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연기가 잘 안 돼서 눈물이 글썽하니까 ‘우시는 거 말고요’라고 하더라. 그럴 때는 땅으로 꺼져버리고 싶다”라고 연기 고충을 털어놨다.
‘마더’에서 극 중 원빈은 사람을 죽인 엄마 김혜자가 떨어트린 침통을 주워와 건넨다. 당시 대본에는 ‘형언할 수 없는 표정’이라고 쓰여있었고 김혜자는 “형언할 수 없다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지 않냐. 안 되더라. 이것도 저것도 해봤는데 감독이 오케이 했다. 내가 안 되니까 오케이 한 거지 싶어 눈물이 났다. 울면서 ‘한번 해보세요. 어떻게 하는 건가!’라고 말하고 버스에 올랐다. 그러고 봉 감독한테 문자가 왔다. ‘사람들이 환호할 때는 인정하십시오’. 잘했다는 뜻이다”라고 미소 지었다.
유재석은 끊임없이 연기에 대해 고민한다고 말했고 김혜자는 “그걸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안 해요?”라고 말해 웃음 짓게 했다.
당황한 유재석은 “선생님 정도의 경력과 연륜이시면”이라고 말했고 김혜자는 “그 말은 너무 감사하다. 그래서 ‘선생님’ 정도가 됐을 거다”라고 답했다.
그는 유재석에 대해 “정말 존경한다. 변화가 빠른 이 연예 프로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최고로 있지 않냐. 난 이 프로 하시길래 나왔다. 그런데 이거 제목이 뭐예요? 자꾸 잊어버려요. 무슨 뜻이에요?”라고 말해 엉뚱미를 자랑했다.
실제로 어떤 어머니냐는 물음에 김혜자는 “빵점이다. 연기밖에 몰랐다. 대본이 나오면 그거 갖고 방에 틀어박힌다. 아들이 커서 그러더라. 엄마가 대본을 갖고 있으면 엄마 앞에 장막이 쳐진 것 같다고 했다. 그 얘기 듣고 정말 많이 미안했다. 그래서 저는 연기를 똑똑히 해야 한다. 아이들을 외롭게 하고 연기도 흐지부지하고 있으면 면목없다”라고 밝혔다.
김혜자는 “그런 거 생각하면 연기 못하면 안 된다. 시부모님이 딸이 아픈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배가 아프다고 해서 배를 문질러줬더니 한참 있다가 ‘엄마 하지 마, 나 불편해’라고 하더라. 내가 얼마나 배를 안 문질러 줬으면.. 집에 와서 반성했다. 그래서 나는 연기 못하면 안 된다. 걔는 ‘너희 엄마는 어쩜 이렇게 연기를 잘하니’ 그런 소리라도 듣게 해줘야 한다”라고 다짐을 전했다.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내 김혜자가 남편은 걱정이 많았다. 어떤 남편이었냐는 물음에 김혜자는 “참 좋은 사람이다. 돌아가신 지 오래됐다”라며 울컥했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다.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갈 때도 ‘어떡하나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는데’라고 걱정했다. 축의, 부의 이런 걸 한문으로 쓰는 게 참 멋있는데 남편이 써줬다. ‘나 이거 많이 써줘요, 자기 없으면 어떡해’라는 말에 정말 많이 써주고 갔다. 내가 얼마나 철딱서니가 없냐고. ‘자기 없으면 안 돼’ 표현하려고”라고 말했다.
퇴근하면 먹고 싶은 것이 있냐 물어보던 남편은 김혜자가 순대가 먹고 싶다는 말에 고급 음식점에서 사 왔다. 김혜자는 “내가 먹고 싶다는 순대는 그런 순대가 아니라 시장에서 아줌마들이 양푼이에 놓고 파는 거다. 너무 고급 순대를 사 오니 투정을 부렸다. 그럼 밤에 시장 가서 사 온다. 내가 너무 못됐다고 생각했다. 그걸 잊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그는 “남편이 나보다 열한 살이 많아 나를 어린애처럼 봤다. 다시 만나면 누나처럼 잘해줄 것 같다. 그런데 이게 다 무슨 소용이야. 죽었는데. 그런 게 또 오나? 관에서 꺼내서 그냥 흙에다 넣고 딱딱해지게 밟는다. 밟지 말라고 몸부림치면서 울었다. 그런데 그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아플 것만 같았다. 너무나도 좋은 분이었다. 내가 천국 못 갈까 봐 문 앞에는 꼭 데려다 달라고 기도한다”라고 남편을 그리워했다.
‘디어 마이 프렌드’에서 치매 연기를 했던 김혜자는 ‘눈이 부시게’에서도 치매 역할이라 거부했다. 연출자는 단순한 치매 이야기가 아니라며 자신을 믿으라고 말했고 김혜자는 “저는 참 쉽게 했다. 그거로 제가 백상예술대상의 대상도 타는데 연출자가 애쓴 거다. 나는 본래 하던 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제가 애 같은 면이 있는데 그걸 하라고 했다. 그런데 ‘눈이 부시게’ 배역하고 맞은 거다. 사람들은 잘한다고 하고 상도 받았는데 그건 연출이 다 한 거다”라고 말했다.
‘눈이 부시게’에서 함께 호흡했던 손호준과 한지민에 그는 “정말 젊음이 빛나더라. 젊음이라는 건 빛나는 거구나 이런 생각한다. 뭔가 슬프다. 구체적인 슬픔은 아니다. 어떤 때 너무 새벽에 일찍 눈떠서 뿌연 창을 보고 있으면 내가 언제 이런 거를 다 못 보고 떠나겠지? 느닷없이 그런 생각이 난다”라고 담담하게 마음을 털어놨다.
유재석은 “20대 때를 생각해 본다. 지금 나이가 너무 소중하다, 하루를 허투루 쓰지 말라고 하는데 와닿지 않았다”라고 말했고 김혜자는 “여기 어린 분들 많은데 아무 소용없는 말이다”라고 말해 폭소케 했다.
공감한 유재석은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해주셨던 분 나이가 되니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라고 말했고 김혜자는 “그러니까 지금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는 거다. 그럴 수밖에 없다. 그때부터 알면 어떡해. 이렇게 아기 같은데 알면 징그럽지. 철없이 있는 게 좋지”라고 답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병헌과 모자 관계로 연기했던 김혜자는 “그분 참 잘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오랜 세월 멀리하다 화해한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한 극 중 이병헌의 오열은 ‘우리들의 블루스’ 명장면이다.
김혜자는 “얼굴 쓰다듬고 내 귀에 얼굴을 대고 우는데 제 머리가 다 젖었다. 나는 눈물 나올까 봐 얼마나 참았는지 모른다. 너무 슬퍼서 이를 깨물고 참았다. 괜히 이병헌이 아니다. 괜한 소리를 안 한다. 작품에만 몰입한다. 참 좋았다. ‘이 사람 대단한 배우구나’ 생각했다”라고 이병헌에 관해 이야기했다.
어릴 때 거실이 200평이었냐는 물음에 김혜자는 “유복했다. 아버지가 재무부 장관이었다. 사택이 그렇게 컸다. 그리고 우리나라 두 번째 경제학 박사다”라고 말했다.
그는 “대지가 900평 정도 되는 집이었다”라고 말했고 유재석은 “주인공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 다작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다”라고 되물었다.
김혜자는 “맞다. 지금은 작가분들이 잘 쓴다. 그런데 한참 때는 주인공은 잘 쓰는데 외의 배역은 주인공만큼 잘 안 쓴다. 그러면 주인공을 해야 한다. 그러니까 주인공만 했다”라고 당당하게 진실을 밝혔다.
자신에 대해 솔직하고 싶다 말한 김혜자는 “그리고 자주 할 수가 없다. 누가 영상을 보내왔는데 수탉이 힘껏 우는 거 봤어요? 그러다 쓰러진다. 쟤 기절했나 죽었나 봤더니 비실비실 일어난다. 저는 배역을 받으면 그 수탉처럼 그랬다. 내 온 힘을 다 쏟아 넣었다. 그러면 하나 하면 널브러져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주 못 한다”라고 말했다.
연기만 생각하면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말한 김혜자는 선생님의 열정만큼 하고 있을까 생각한다는 조세호에 “하시면 되죠. 끝을 봐야 돼요 하는 일은. 끝을 보셨으니까 오늘의 유재석이 됐죠”라고 말했다.
그는 “저는 정말 유재석 씨 존경한다. 언제나 이 모습 이 위치에서 변하지 않는데 어렵다. 우리가 안 보는 노력을 하겠냐. 몸도 안 변한다. ‘저 사람도 뭐 먹고 싶은 거 안 먹고 하는구나’ 생각한다”라고 유재석의 고충을 알아줬다.
책도 열심히 읽겠다 말한 조세호에 김혜자는 “내가 경험한 거, 읽은 거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는다. 내 머리, 가슴속에 있다. 늦은 건 없다”라고 응원했다.
김혜자는 요즘 가장 큰 고민을 묻자 “나를 잘 끝마치고 싶다. 어떻게 하는 게 내가 잘 막을 닫는 건가 생각한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 외우는 게 그전 같지 않다. 그전에 10번 했으면 20, 30번 한다. 이렇게 해도 안 외워질 때는 연기를 그만둬야 한다. 대사라는 건 내가 하는 말이다. 자기가 하는 말도 모르면 어떻게 연기를 하냐. 나는 기억력이 없어지면 그만둬야 한다. 커닝페이퍼 보고 하는 사람? 그것도 길이라서 괜찮다고 한다. 나는 내가 할 말을 모르고 본다? 저한테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그게 제일 두렵다. 그 순간이 언제 올까. 80세가 넘으니까 그게 제일 두렵다”라고 말했다.
김혜자는 “나는 앞으로 무슨 역이 주어질까 생각만 해도 설렌다. 그러니까 연기를 해야지. 연기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생에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아프리카 아이들을 언급한 그는 “방에 여러 개 전구가 달린 조명이 있다. 자려고 누우면 전구가 걔네 얼굴로 보일 때가 있다. 너무 눈물이 난다. 코로나 때문에 몇 년을 못 갔는데 갈 거다. 걔네들 생각하면 오래 살아야겠고”라고 미소 지었다.
유재석은 “선생님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다”라고 말했고 김혜자는 “나도 그렇다. 그러니까 너무 행복하다. 고통스러운 사람, 굶어 죽는 아이들을 생각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매주 수요일 오후 8시 40분에 방송된다.
김한나 온라인기자 klavie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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