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팀 안방에서 주인 행세하는 초보 감독이 있다고?
‘원정 질주’ 미스터리
‘완성 안 된 팀’ 걱정 무색하게
17승12패, 2위로 전반기 마쳐
유독 밖에서 3점슛 잘 터지며
85%에 달하는 원정 승률 거둬
올스타 브레이크를 앞둔 2022~2023시즌 프로농구에선 창원 LG의 반전이 화제다. 조상현 감독(47)의 지휘 아래 17승12패, 2위로 전반기를 마쳤다. 조 감독은 2013년 고양 오리온(현 캐롯)에서 코치로 출발해 남자농구대표팀 감독을 맡은 뒤 올 시즌 프로 감독으로 처음 지휘봉을 잡았다. 지난 3년간 ‘봄 농구’와 인연이 없는 LG를 초보 감독이 어떻게 이끌지 관심을 모았다.
조 감독 스스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팀을) 잘 만들 수 있을까. 부임하면서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전반기 성적표는 기대 이상이다. 예상을 깬 호성적엔 반전의 기록이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프로스포츠는 익숙하고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홈경기에서 승률이 높은 편인데, LG는 그 반대다. 원정에선 무려 11승2패. 승률이 85%에 가깝다. 반대로 홈에선 6승10패이니, 원정 승률의 절반도 안 되는 38% 수준이다. 조 감독은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응원해주는) 홈 팬들에게 송구할 뿐”이라고 말했다.
조 감독도 이해할 수 없는 LG의 원정 강세는 유독 상대 안방에서 잘 터지는 슛이 원인이다. LG는 홈경기에선 3점슛 성공률이 27.8%에 머물지만, 원정에선 37.8%로 껑충 뛴다. 10일 서울 SK전에도 25개의 3점슛을 던져 10개(40%)를 림에 꽂아 넣으며 85-61 대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 수비가 강점인 LG가 원정에선 슛까지 폭발하니 승승장구한다. LG는 실점(76.0점)과 야투 허용률(43.3%), 페인트존 야투 허용률(54.7%) 등 각종 수비지표에서 1위를 달린다.
노력하는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조 감독의 용병술도 돋보인다. 한 번 은퇴한 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포워드 정인덕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인덕은 비시즌 새벽 운동을 자청하며 조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이날 SK전에서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인 11점을 넣으며 처음으로 수훈선수로 뽑혔다. 조 감독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뽑은 연세대 출신 가드 양준석이 후반기에는 정인덕처럼 기회를 잡기를 바라고 있다. 조 감독은 “스스로가 간절함을 갖고 운동하는 선수를 중용하고, 그렇게 기회를 잡는 게 프로 선수 아니냐”고 말했다.
짧은 올스타 휴식기에 들어가는 조 감독은 이제 남은 절반의 레이스만 생각하고 있다. 안방에서도 성적을 끌어올리고 봄 농구에서 성과를 내는 게 목표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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