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2번 저지르고 또 동거녀 해친 40대…전처 살해 후엔 가석방돼

2심 재판부 “취해 범행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가해자 항소 기각해 '무기징역' 원심 유지

 
20년 동안 여성을 상대로 한 3건의 살인을 저지른 ‘살인마’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그는 국내·외에서 살인죄로 2번이나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또다시 동거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를 받았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황승태 부장판사)는 11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8)씨가 낸 항소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 인자 선정은 정당하고, 원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원심판결 이후 의미 있는 사정 변경도 없다”라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5일 밤∼6일 새벽 강원 동해시에서 동거녀 B씨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같은 해 4월 중순쯤 우연히 B씨와 만나 술을 마시다 호감을 느껴 B씨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하지만 2주 정도 지나 범행 당일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난다고 의심해 말다툼을 벌이다 살해했다.

특히 A씨는 B씨에게 흉기를 수차례 내리치다 부러지자, 다른 흉기를 휘두르는 등 잔혹한 범행을 저질렀다.

그런데 A씨는 지난 2001년에도 이혼 제의를 한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1월 징역 8년을 선고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형 만기를 앞두고 2009년 2월 가석방된 A씨는 베트남 여성과 재혼했고, 다른 베트남 여성과 불륜관계로 발전해 결혼하려다가 불륜 여성의 어머니가 결혼을 반대하자 베트남에서 이 어머니를 살해했다.

전 아내를 살해한 지 불과 약 3년 만에 다시 살인죄를 저지른 A씨는 베트남 법원에서 징역 14년을 선고받고, 약 8년5개월을 복역한 뒤 2020년 출소해 한국으로 추방됐다.

하지만 추방된 지 약 2년 만에 또다시 동거녀를 잔혹하게 살해하면서 A씨는 세 번째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섰다.

A씨는 지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술에 취해 범행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진술을 반복했다.

그는 “큰 죄를 짓고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피해자에게 죄송하고, 할 수 있는 말이 이 정도밖에 없다”라고 사과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