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꾸며주고 대출’ 저축은행 5곳 적발
총 1조2000억…당국, 점검 강화
5개 저축은행에서 서류 위·변조로 1조2000억원 규모의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부당 취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저축은행은 대출이 어려운 소비자에게 접근해 사업자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주고 가계대출보다 규제가 느슨한 사업자 주담대를 받도록 유도했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가 부당 취급된 사례를 확인했다고 11일 밝혔다. 금감원은 앞서 지난해 6~12월 79개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 취급 실태를 집중 점검했다.
부당 취급 사례가 발견된 저축은행은 SBI·OK·페퍼·애큐온·OSB 저축은행이다. 자산 순위 기준으로 1위(SBI), 2위(OK), 4위(페퍼), 6위(애큐온), 11위(OSB)인 대형사들이다.
대출모집인 등으로 구성된 작업대출 조직은 가계 주담대 규제로 대출이 곤란해진 금융소비자에게 접근한 뒤 세금계산서 등 서류를 위·변조해 저축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도록 유도했다. 사업자 주담대는 가계 주담대와 달리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 조직은 주로 자체 보유 자금으로 금융소비자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가계 주담대를 우선 상환해준 뒤에 저축은행에서 사업자 대출을 받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대출 용도 증빙 서류를 위·변조하기도 했다.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회사원 A씨는 가계대출 4억원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뒤 추가 자금이 필요해지자 전자상거래업자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대출모집법인을 통해 사업자 대출 8억원을 신청했다. 대출모집인은 A씨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가계대출 4억원을 일시상환하고 A씨가 사업자 대출 8억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저축은행은 실질적인 내용 확인 없이 자금 용도 확인을 종료했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 취급·사후관리에 취약점이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 여신심사를 개선하고, 대출모집인 관리와 용도 외 유용 여부 등 사후점검 절차를 강화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저축은행의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 신속히 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작업대출 행위에 가담한 대출모집인에 대해서는 사문서 위·변조 혐의로 수사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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