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해외연수 직원 1인당 500만원 지원”…시민들 뿔났다
“시내나 버스 타고 둘러보라”
시민들 “혈세 낭비” 비난 폭주
내부서도 “선심성 사업” 지적
“배낭 메고 해외 다닐 시간에 구미시나 버스 타고 둘러보시죠.”
경북 구미시가 배낭여행을 떠나는 직원에게 수백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구미시는 올해 선진지 연수를 통해 실질적 아이디어와 미래 전략 시책을 발굴하기 위한 ‘글로벌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11일 밝혔다. 하루 전날 김장호 구미시장은 “공무원들의 창조적 역량 강화와 글로벌 시각을 위해 배낭여행을 기획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모두 10개팀 100명이 참여한다. 공무원 1인당 500만원 이내에서 해외연수 비용이 지원된다. 최대 예산 5억원을 관련 비용으로 쓸 수 있게 한 셈이다.
구미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서민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혈세를 엉뚱한 곳에 쓴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구미시 홈페이지에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관련 게시글이 1000개가 넘었다.
한 시민은 “코로나 때도 정부지원금 제외하고 예산 없다고 단돈 10원도 주지 않은 도시가 구미시”라며 “박정희 사업을 더 크게 투자한다길래 욕 나오지만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이번 건은 도가 지나쳤다”고 했다.
구미시의 부채는 경북 23개 시·군 중 최고 수준이다. 2019년 1854억원에서 2021년 2065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대기업 생산공장과 중소기업들의 수출에 차질이 생겨서다. 구미시의 지방세입은 2019년 3732억원에서 2021년 2756억원으로 976억원이나 급감했다.
지자체 직원 사이에서도 역대 최악의 재정 상황을 고려해 선심성 해외연수를 취소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발언이 나온다.
구미시 한 공무원은 “(이번 해외연수는) 사실상 공무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사업”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구미시 지방세입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마당에 (김 시장의) 판단이 아쉽다”고 말했다.
구미시는 이 프로그램이 주제별 직무 연수 프로그램이며, 해외여행을 떠나는 공무원을 지원하는 것처럼 알려져 유감이라는 입장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공무원 국외여비 지급 규정에 따라 1인당 500만원을 지원할 수 있다”면서 “연수 국가와 일정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질 수 있으며, 현재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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