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시민단체들 돈줄 죄기…“윤석열식 공안정국”
파업은 ‘불법행위’라며 엄단
진보단체 보안법 위반 수사
MB의 ‘공안 드라이브’ 연상
노조와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 압박,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 초반의 ‘공안 드라이브’를 연상시킨다는 말도 나온다.
국정원·경찰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경남, 제주, 전북 지역 등에서 활동하는 진보정당과 농민단체 소속 인사들의 주거지와 사무실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공안당국은 제주지역 진보정당과 농민단체 소속 인사 3명이 북한 지령에 따라 이적 활동을 했다고 본다. 이 사건 수사는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가 지휘하고 있다. 당초 창원지검이 수사를 지휘했으나 이달 초 대검찰청이 서울중앙지검에 넘겼다. 대검은 사건 송치에 대비해 공공수사1부에 대검 연구관을 파견했고, 추가적인 인력 보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와 시민단체에 대한 정부의 강경 대응도 이어지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9일 업무보고에서 ‘오는 3분기까지 노조의 회계 공시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노조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른바 ‘노동 개혁’의 일환이다. 윤 대통령이 노조를 최대 개혁 대상으로 지목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연대 및 소속 임원의 조사방해행위’ 건을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화물연대 파업 종료 일주일 뒤인 지난달 16일 ‘국민체감 3호 약속’으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선언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총파업이 끝난 지금도 조합원에 대한 (경찰의) 탄압은 지속되고 있다”며 “생존을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을 폭력으로 진압하고, 그 폭력에 대한 포상으로 승진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 243개 지자체는 자체 계획을 수립해 오는 2월까지 시민단체에 지원한 지방보조금 사용 현황을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지급된 보조금이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 거짓·부정을 통해 교부된 경우는 없었는지, 서류 조작 등 회계처리에 위법성은 없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전국장애인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와 관련해 6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관용 원칙’에 따른 것이다.
현 상황이 이명박 정부 초기와 유사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보안·정보 분야 경찰들의 활동 반경을 키워 ‘신공안 회귀’ 비판을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자금줄’을 노조와 시민단체를 압박하는 주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이명박 정부 때와 다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권력기구를 활용해 다양한 방면에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없앤다는 이름으로 압박을 가하는 행태 모두를 ‘신공안정국’으로 볼 수 있다”며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북한 문제, 노동 문제 등을 활용한 공안정국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 사건에 한정했던 공안정국의 개념이 최근에는 다양한 이슈에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이유진·김송이·김세훈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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