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보복이라는데…“보복으로 안 본다”는 한 총리 [뉴스+]

김희원 2023. 1. 11.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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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차별적 조치에 맞대응”…보복성 강조
단기비자 발급 중단 이어 “경유도 안 돼”
한 총리 “보복성 아냐” 자세 낮춘 뉘앙스
“이러니 한국을 우습게 본다” 논란 커져

한덕수 총리가 중국의 ‘비자 보복’에 대해 보복성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중국 외교당국조차 보복성 조치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데다 외교부가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당당한 대중외교’를 강조한 상황에서 한국 총리가 중국과의 충돌을 피하려는 듯 자세를 낮춘 발언을 하자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한 총리는 10일 세종 총리공관에서 진행한 출입기자단 신년 만찬 간담회에서 중국이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행 비자 발급을 상당 부분 중단한 조치와 관련해 “보복성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세종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만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총리는 한국이 앞서 지난달 30일 중국발 한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항공편 추가 증편을 제한하는 조치를 할 때 중국 외교당국과 충분한 소통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만 강경한 조치를 하는 이유로는 “중국의 상황이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더 악화하면 곤란하다고 보는 것 같다”면서 “국민의 안전이 탑(최우선)이라 생각한다.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소통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 외교당국과 방역당국의 태도 및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외교부는 이날 주한 중국대사관의 단기비자 발급 중단 공지에 중국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23년 외교부 주요업무 추진계획’ 보고에서 한중관계에 대해 “당당한 외교를 통해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박진 외교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연두 업무보고를 마친 후 브리핑에서 “중국의 맞대응 조치를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한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이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행 단기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 다음날인 11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인근 번역·통역 업체 모습. 연합뉴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 상황총괄단장은 11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의 중국발 입국 규제에 대해 “중국의 통계 발표 중단으로 가장 인접한 국가인 우리나라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에서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며 실제로 중국발 입국자 양성률이 30%까지 치솟았던 것이 근거라고 설명했다.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적절하게 내린 조치이며 특정 국가에 대한 차별이 아니라는 것이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중국은 이에 불만을 드러내며 같은 규제를 도입한 16개국 중 한국과 일본에만 보복성 조치를 취했다. 그러면서 보복성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11일 논평에서 “주한 중국대사관의 한국인 단기비자 발급 중단 조치는 소수 국가의 중국 대상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에 대한 중국의 첫 반격 조치”라며 “대등 원칙에 근거한 합리적이고 적절하며 필요했던 대응”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한국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행 단기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 지난 10일 서울 시내의 한 중국비자신청서비스센터 모습. 연합뉴스
주한 중국대사관은 전날도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중국 국내 지시에 따라 오늘부터 주한 중국대사관 및 총영사관은 방문, 상업무역, 관광, 의료 및 일반개인 사정을 포함한 한국 국민 중국 방문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한다”고 전하면서 “상기 사항은 한국이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노골적 보복이 분명한 상황에서 이를 애써 부정하는 듯한 한 총리의 발언이 나오자 당당하지 못한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누리꾼들은 “중국 외교부가 보복이라고 했는데 왜 한국 총리가 보복이 아니라고 하나”, “이를 부정해서 우리가 얻는 실익이 무엇인가”, “늘 알아서 쩔쩔매니 한국을 우습게 본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재우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경희대 교수)은 “중국의 이번 조치는 엄밀하게 말해 우리의 의사 결정, 주권에 해당되는 사항에 간섭한 것이다. 그런데도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된다”면서 “한국을 제일 만만하고 쉽게 생각한 처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정부가 강력하게 항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은 10일 한국과 일본에 대한 단기비자 등의 중단에 이어 11일 중국을 경유하는 한·일 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도 중단했다.
중국의 한국 국민 중국행 단기비자 발급 중단 이튿날인 11일 경기 과천시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 수출지원센터에서 중소기업 애로접수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뉴시스
중국이민관리국은 이날 “최근 소수의 국가에서 중국 국민에 대한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이러한 조치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경유자에 한해 72∼144시간 동안 중국 공항 등 지정된 곳에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해서는 이 같은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민관리국은 또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해 ‘도착 비자(현지에 도착해서 발급 받는 비자)’ 발급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이날 즉시 시행된다고 이민관리국은 전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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