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내는 친윤계 보란 듯이 “윤 정부 성공” 삼창한 나경원

조미덥·조문희·이두리 기자 2023. 1. 1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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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과 갈등 ‘비윤 몰이’에
“찍힌다고 찍혀지나” 응수
‘유승민 연대설’ 불식 의도도
비윤계는 ‘전략적 제휴’ 고민
옆에서 말하든 말든… 나경원 전 의원(앞줄 왼쪽)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발언하는 동안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기현 의원이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손바닥을 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나경원 전 의원이 11일 국민의힘 차기 대표 출마에 대해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윤석열계가 나 전 의원을 비윤석열계 주자로 낙인찍는 데 맞서 “찍힌다고 찍혀지나”라며 친윤 이미지 지키기에 나섰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서울 동작구청 신년인사회와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지난 6일 대출 탕감 발언 후 중단했던 행사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나 전 의원은 동작구청에서 ‘출마 결심을 굳혔냐’는 질문에 “아직 고심 중”이라며 ‘윤석열 정부 성공’을 세 차례 반복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 그리고 국민의힘의 정당민주주의,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친윤계는 “정부와 반해서 본인 정치를 하겠다는 건 유승민의 길”(김정재 의원), “국민이 윤 대통령에게 준 열망을 배신하고 영달만 탐할 뿐”(김영선 의원)이라며 나 전 의원을 ‘비윤’ ‘멀윤’(멀어진 윤석열계)으로 규정했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에 대해 이날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사의를 수용하면 당대표 출마를 허가하는 모양새가 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나 전 의원의 대출 탕감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여권이 합동 공세를 펴는 형국이다.

나 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거듭 강조해 친윤 주자 이미지를 지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원투표 100%로 치러지는 전당대회에서 비윤계로 낙인찍히면 당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유 전 의원과 차별화해 이른바 ‘나유연대’(나경원-유승민)설을 사그라들게 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나 전 의원은 ‘출마하면 반윤으로 찍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찍힌다고 찍혀지나”라고 답했다.

이날 한길리서치의 차기 당대표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나 전 의원은 지지층 30.7%로 1위였다. 대통령실의 집중 포화를 받던 지난 7~9일 전국 성인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는데, 3주 전보다 8.4%포인트 상승했다. 김기현 의원 18.8%, 유 전 의원 14.6%, 안철수 의원 13.9% 순이다. 정치권에선 나 전 의원이 지지율 변동을 살피며 출마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비윤계 속내는 복잡하다. 나 전 의원이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 당을 강성보수로 이끌었던 것에 대한 반감이 있지만, 나 전 의원이 친윤계에 난타당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비윤계 대표주자인 유 전 의원 출마가 불확실하다는 점이 이런 움직임을 더 키우고 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과 당원이 원하는 후보는 응답하는 것이 정치인의 사명”이라고 나 전 의원 출마를 독려했다. ‘나유연대’에 대해선 “운동회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만 청군이라 하고 나머지를 백군으로 몰고 있으니, 백군 주자끼리 합의가 된다면 그때 논의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미덥·조문희·이두리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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