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본만 콕 집어 ‘단기 비자 중단’ 왜
상응 조치 너머 ‘정치적 노림수’
중국은 왜 한국과 일본만 골라 비자 발급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일까.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맞대응한 것이라는 중국 측의 주장과 달리 한국과 일본에 대해서만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점, 중국에 비자발급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은 일본에 오히려 더 강도 높은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결국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으면서도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에 ‘본보기식’ 대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첫 타깃으로 삼은 것은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양국의 높은 규제 수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19 감염자 급증 우려로 중국에 대해 입국 전후 코로나19 검사 의무를 부과하는 선에서 방역을 강화한 데 비해 한국은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항공편 운항도 축소·제한했다. 일본은 가장 먼저 중국발 입국 제한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양국 규제 수위만으로는 중국의 대응이 잘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만 놓고 보면 단기 비자 발급 중단이 ‘상응 조치’로 이해될 수 있지만, 중국은 자국민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지 않은 일본에 수위가 더 높은 대응을 했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서는 장기 비자 발급은 유지하고 방문(S2)과 상업무역(M) 등 단기 비자 발급만 제한했지만 일본에 대해서는 외교, 공무, 예우 이외의 모든 일반 비자 발급을 중단했다.
발급 재개 시점에 대해서도 한국에는 “한국의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반면 일본에는 추후 통지를 기다리라고만 안내했다.
결국 중국의 대응에는 여러 정치적 이유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규제가 확산되고 있는 유럽의 경우 중국이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경제·외교적 관계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는 지역이어서 보복성 조치를 취하기가 쉽지 않았을 수 있다. 역시 중국발 입국을 규제한 미국에 대해서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중 등을 앞두고 양국 간 긴장 완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신 경제적 관계가 깊으면서도 미국과 밀착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을 본보기 삼아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한국 경제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공략하는 게 더 쉬울 수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극도로 나쁜 일을 했을 때만 상응 조치를 하겠지만 한국은 조금만 그렇게 해도 타깃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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