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임·출장 무산…방문 예정자 ‘날벼락’
일각선 “정부, 자국민에게 갈 피해는 고려 안 해” 비판도
23년째 중국 상하이에 머물고 있는 장하선씨(66)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3년 만에 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장씨 아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 후 군에 입대해 다음달 전역을 앞두고 있다. 그는 11일 “갑자기 중국에서 비자 발급을 안 해준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상심이 컸다”면서 “아내가 일하느라 바빠서 아직 소식을 모르는데 어떻게 말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장씨는 “코로나19 때문에 대학 간 이후 얼굴 한 번 못 봤는데, 자취방 구하는 데도 못 가봤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0일 중국 정부가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하면서 출장이나 가족 모임을 위해 중국에 들어가려던 이들의 발이 묶였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중국인의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기로 한 데 대한 맞대응 성격이다.
중국이 발급을 중단한 단기 비자는 방문 비자(S2)와 상업무역 비자(M)이다. 출장을 계획한 직장인들은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광저우 사업장을 오가며 공장용 계측기기를 판매하는 일을 하는 정호선씨(37)는 “예약된 항공편을 취소해 20만원 넘게 수수료를 물었지만 사업 손실이 훨씬 걱정”이라며 “춘절(설날) 전에 꼭 대면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계약이 있는데 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이 심했을 때는 중국 정부에서 초청장을 내주면 방문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보복성 조치’인 게 명확해 보여서 그마저도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설 연휴(21~24일) 중국에서 가족 만남을 가지려던 이들도 사정은 매한가지다. 중국인 연인과 결혼을 앞둔 윤상민씨(27)는 지난 10일 오전 5시부터 부산에서 차를 몰고 서울의 비자센터로 향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윤씨는 “대행사에서 비자 발급용 지문 등록을 하려면 서울로 와야 한다고 해서 한참을 갔는데 거의 도착했을 즈음 소식을 들었다”면서 “여자친구 가족들을 만나 상견례도 하고 혼인신고를 마치려 했는데 너무 허망하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추가적인 제한 조처를 할까 봐 불안해하는 이들도 있다. 중국인 아내와 직장 문제로 떨어져 사는 김찬균씨(32)는 “가족방문 비자(Q2)는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안내를 받아서 기존에 발급받았던 단기 비자에서 급히 변경했다”면서 “(정부 간 갈등이 커지면)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여행사 여러 곳에 전화를 돌리며 확인을 했다”고 말했다.
당초 한국 정부가 자국민에게 피해가 갈 것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는 반응도 일각에서 나온다. 장씨는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쳤으면 됐지 굳이 중국인 대상으로 단기 비자 제한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면서 “반중 감정이 커져서 이 사태가 길어질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정씨는 “중국이 먼저 했든 한국이 먼저 했든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라고 했다.
강은 기자 e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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