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겜' 이정재 "인생엔 '한 방'이라는 건 절대 없다"
기사내용 요약
'2023 한국이미지상'서 '디딤돌상' 수상
'주춧돌상' 김연아 "후배들, 당당한 모습 잃지 않았으면"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어떤 분들은 운이 좋다고 말씀도 하시고, 어떤 분은 운이 좋은 걸 넘어서 '천운이다' 말씀들도 하시고, 사실상 제가 연기 생활에 있어서 그렇게 큰 운이 몇 번씩 온 것은 사실이에요. 다만 후배들이나 동료 분들에게는 그렇게 이야기를 못하겠어요. 인생에는 절대 그런 흔한 말로 '한 방' 이라는 것은 없거든요. 절대 존재할 수가 없어요."
한류스타 배우 이정재는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이 11일 공개한 인터뷰 영상에서 "한 장 한 장 얇은 종이에 꽉 채워진 글들이 하나의 큰 정석과 같은 책이 되고 성경, 불경이 되듯이 모든 인생에는 작은 부분들이 켜켜이 쌓여서 큰 운도 따를 수 있는 기회가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겸손해야 할 때는 '네 저는 운이 맞습니다'라고 이야기 하지만 또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때는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면서 이렇게 전했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오겜')으로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정재는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열린 '2023 한국이미지상'에서 '디딤돌상'을 받았다.
'오징어 게임'으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첩보 액션 스릴러 영화 '헌트'를 통해 성공적으로 감독 데뷔를 하는 등 드라마와 영화가 한류의 중심으로 우뚝 서게 한 디딤돌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스타워즈'의 스핀오프 시리즈이자 디즈니 플러스(+)의 오리지널인 '애콜라이트' 촬영 차 해외에 머물고 있어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이정재는 사전 녹화된 영상을 통해 "저는 꿈이 그렇게 크지 않았고, 초등학교 다닐 때는 택시 운전사였다"고 어린 시절을 돌아봤다.
"택시 운전사가 그 때 어린 나이의 시각에서 봤을 때는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택시를 타고 도시든 어디든 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세상 구경, 사람 구경도 하는 그러면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정도의 소득은 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배우가 되겠다는 생각은 너무나 큰 꿈이고, 이룰 수 없는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전혀 생각을 못 했다. 그러다 아는 형님을 통해 CF에 출연하게 되면서 배우를 하게 됐다. 이전까지 연기자를 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이정재다.
"때문에 너무 어렵고 혼도 많이 나고 '아 이거 왜 해야하지?' 라는 생각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아요. 책임감이 결과로까지 이어지는 것을 처음 경험하면서부터 '아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구나'라는 것도 알게 된 것 같아요."
이정재는 이날 받은 상이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콘텐츠, 한국의 문화, 한국의 그 무엇을 해외로 알릴 수 있는 일을 함께 할 수 있었다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영광스럽고 또 기쁘게 생각한다"고 여겼다.
'에미상'을 비롯 여러 상을 받으면서는 "'이런 일이 저에게도 일어날 수 있구나'라는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어안이 벙벙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수많은 저희 동지들, 콘텐츠를 만드는 데 있어서 한 땀 한 땀 함께 만들었었던 스태프들, 배우분들 얼굴이 다 기억이 나면서 또 관객분들에게 너무나도 큰 감사를 전해드리고 싶었다"면서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너무 잘 쓰셨고, 너무 잘 찍으셨고 그런 부분에 있어 '오징어게임'의 성기훈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주신 것에 크게 감사를 드리고 감사한 일만 많이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오징어 게임' 이후 '생각의 전환'이 찾아왔다. "앞으로 한국 콘텐츠를 많은 해외 분들이 보실 것을 생각한다면 주제도 그렇고, 만드는 노력도 그렇고 여러모로 더 꼼꼼히, 더 신중하게 작품도 선정해야 하고 더 잘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정재의 성과는 '오징어 게임'이 전부가 아니다. 같은 해 개봉한 '헌트'를 통해 영화 감독으로 데뷔를 했는데, 역시 호평이 쏟아졌다. 같은 해 제43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제9회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감독상, 제42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신인감독상, 제31회 부일영화상 신인감독상 등을 휩쓸었다.
이정재가 '헌트'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시나리오. 그는 "시나리오가 철저할 정도로 의미가 있어야 되고 또 재미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시나리오적인 것에 모든 것을 다 쏟아부었다"면서 "신인감독이 '이거를 끝까지 다 촬영해 낼 수 있을까?' '촬영을 끝마친 다음에는 '이 많은 소스들을 잘 편집과 음향과 모든 후반작업을 매끄럽게 끝낼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제일 많았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최고를 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최선을 다했다고는 말씀드릴 수 있거든요. 식견도 넓히고 교양의 수준도 더 깊게 만들어서 더 의미있는, 더 좋은 작품을 하는 것이 저의 작은 목표"라고 강조했다.
향후 배우·감독으로서의 활동을 계속 병행할 것인지에 대해 이정재는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고 한 일만 몰두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멀티로 자기의 재능이나 자기가 할 수 있는 영역의 확장도 중요한 것 같다"면서 "콘텐츠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분들도 연기를 한 번 해본다든가, 연출을 한 번 해본다든가, 시나리오를 한 번 써본다든가 그런 어떤 범주 안에서는 자유롭게 일 하는 건 되게 중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정재는 마지막으로 시간을 좀 더 잘 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건강도 중요하죠. 지금까지 너무 바빴었고 부모님도 아들 보려면 TV로만 보는 경우가 더 많으시니까 부모님과 가족들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요즘 많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피겨 퀸' 김연아는 한국 이미지를 세계에 알리는데 지속적으로 기여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주춧돌상을 받았다.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 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선수 시절 세계 신기록 11회를 달성하는 등 큰 활약으로 한국 이미지 제고에 지속적인 공헌을 했다. 김연하는 지난 2008년 이 시상식에선 20세 미만의 장래가 촉망되는 글로벌 인재에게 수여되는 '새싹상'을 받기도 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석한 김연아는 "오래 전 어린 시절에 저를 알아봐 주시고 상을 주셨는데 이번에도 상을 받게 돼서 감사하다"면서 "은퇴한 지 오래 됐는데 좋은 모습을 기억해주시는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겸손해했다.
최 이사장이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청하자 "저도 어린 시절 힘들게 훈련했는데 조언을 하는 게 도움이 될까 싶지만, 많은 이들 앞에서 경기에 임할 때 당당한 모습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선수 생활 뒤에 결정한 은퇴의 삶에 대해선 "운동에 맞춰 규칙적 생활을 하다가 그걸 청산하고 많은 분들처럼 평범하게 지내고 있다"고 웃었다.
올해 새싹상은 국제수영연맹 쇼트코스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획득한 유망주 황선우가 받았다. 이와 함께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가교 역할을 한 외국인·기업에게 수여하는 징검다리상은 한국의 멋을 품어 K-컬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린 유로 패션하우스에게 돌아갔다. 유로 패션하우스는 유럽의 구찌, 디올, 루이비통, 버버리, 불가리, 생로랑, 샤넬, 셀린느, 티파니와 같은 명품 패션 하우스를 총칭한다. 이들은 축구선수 손흥민,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와 같은 한국 스타들을 글로벌 앰배서더로 발탁했다.
한편 이날 행사엔 박진 외교부 장관 그리고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 등 63개국 대사들이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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