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냐 불출마냐…'당심 1위' 나경원, 고심 배경은

설 전 입장 표명…"비윤 이미지 부담, 졌을 땐 아웃"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정호영 기자]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출마 여부를 두고 나경원 전 의원의 고심이 길어지고 있다.

'당원투표 100%' 룰이 도입되는 3·8 전당대회에서 경쟁주자 대비 압도적인 '당심 지지율'은 당권주자로서 나 전 의원의 최대 동력이다. 반면 최근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공개 압박 속 사실상 '비윤 후보'로서의 당권 도전은 부담이다. 대통령실의 나 전 의원 불출마 명분 제시 여부나 여론조사 추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은 11일 서울 동작구 신년인사회·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각각 참석했다. 전날(10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 표명으로 귀결된 대통령실과의 갈등이 표면화된 뒤 중단했던 일정을 재개한 것이다. 나 전 의원에게는 당대표 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날 오전 동작구청을 찾은 나 전 의원은 "아직 출마, 불출마를 고심 중"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당내 화합을 강조했다. 나 전 의원은 건배사를 통해 "총선 승리가 정권교체의 완성"이라면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모두 절대 화합, 일치단결해서 내년 총선 승리를 반드시 이루자"고 강조했다. 최근 대통령실·친윤계의 압박을 받으면서 대외적으로 입혀진 비윤 이미지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당권과 관련한 구체적인 거취 표명은 다음 주 중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설 연휴 전'을 결단 시점으로 언급했다.

우선 나 전 의원의 무기는 압도적 우위를 점한 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지율이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20명을 대상으로 차기 국민의힘 대표 선호도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 전 의원은 30.7%로 선두였다. '윤심'을 내세운 김기현 의원은 18.8%로 2위였다. 1·2위 간 격차는 11.9%포인트(p). (95% 신뢰수준·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러한 지지율 구도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지난달 20일 발표된 직전 여론조사에서 김 의원 지지율은 8.9%였다. 한 달도 채 지나기 전 친윤계 지원을 받는 김 의원의 지지율이 10%p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다만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기간 내(7~9일) 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유지한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지지율 추이는 나 전 의원의 출마를 좌우할 주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 전 의원 출마 여부에 대한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물론 당 주류인 친윤계와 대립하는 모양새의 출마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복수 관계자의 공통된 전언이다. 일부 친윤 의원들은 방송 등을 통해 나 전 의원의 불출마를 압박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영남권 초선 의원은 이날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의 표명도 문자로 한 걸 보면 출마로 굳힌 게 아닌가 싶다"면서도 "대통령실과 각을 세우고, 비윤 이미지를 갖고 나오는 건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 친윤계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오늘 '윤석열 정부가 성공해야 한다', '정부를 도와야 한다'는 말을 한 걸 보면 불출마에 무게가 있는 것 같다"며 "사직서를 냈으니 공은 대통령실에 넘어갔는데, 불출마하려면 명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공천관리위원장을 준다든지, 당이든 대통령실이든 뭔가 만들어주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이어 "나경원이라는 정치인의 브랜드가 파괴력은 있지만 출마하는 건 부담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통령에게 대든 것 아닌가"라며 "선거 결과도 장담 안 되고, 당대표가 돼도 원내 지지세력이 거의 없다. 원내 관계가 원만할지 물음표가 있다는 것이다. 만약 (당대표 경선에서) 졌을 땐 완전히 아웃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호영 기자(sunris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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