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응시하는 지 알 수 있다, 인간만 흰자위 보이는 이유

나흥식 고려대 의대 명예교수 2023. 1. 1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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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학 박사 나흥식의 몸 이야기]

정면에서 눈의 흰자위가 보이는 동물은 인간뿐입니다. 흰자위가 있으면 서로의 시선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소통에 도움이 되겠지요. 흰자위가 보이지 않으면 어디를 응시하는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침팬지나 오랑우탄의 눈이 선글라스를 쓴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현대인은 상대방의 눈보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의 화면에 빠져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구부정하게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직립을 포기하고 다시 네발짐승으로 돌아가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현대인이 거북목이나 목 디스크로 고생하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보행자를 위해 횡단보도 바닥에 신호등을 설치한 조치가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직립인 인간은 상대를 마주 보고 얼굴 표정을 보면서 서로의 감정과 생각을 교환합니다. 미세한 표정까지 전달하기 위해 얼굴의 털마저 없애버렸지요.

서로 눈을 맞추면 사랑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분비됩니다. 부모와 아기가 눈을 맞추면 옥시토신 부족으로 유발될 수 있는 자폐증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강아지와 눈을 맞춰도 옥시토신이 분비됩니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도 자폐증 치료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세계 여러 연구팀이 옥시토신을 코속에 뿌려 자폐증을 완화시킨 임상 결과를 보고할 정도로 옥시토신과 자폐증은 관련이 깊습니다.

옥시토신이 자폐증과 함께 치매도 호전시키고 심장병까지 치료해준다고 합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려서 소통을 제대로 못하는 요즈음 눈맞춤이라도 충실히 하여 옥시토신으로 뇌와 심장을 튼튼하게 만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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