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비단 꽃 향기·차향 ‘가득’…차, 그릇에 담다
[KBS 부산] 조선 시대 궁에서 연회 때 사용한 비단 꽃, 궁중채화를 재현한 궁중꽃박물관.
국가 무형문화재 제124호 궁중채화장 황수로 장인이 2019년 만든 박물관입니다.
조선 고종황제가 대비인 신정왕후의 팔순을 기념해 연 궁중 잔치를 재현한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높게 쌓인 음식마다 화려한 비단 꽃이 꽂혀 있고, 용이 그려진 도자 위에 피어난 백도화와 홍도화가 자태를 뽐냅니다.
꽃 속에 모여든 새와 나비, 벌 등은 왕과 신하, 백성이 하나되는 태평천국을 표현하고, 시들지 않는 비단 꽃은 나라의 영원함을 상징합니다.
[장은숙/한국궁중채화 이수자 : "하나의 작은 꽃 작품이지만 그 속에 수많은 내용이 의미가 들어 있다고 생각을 하시면 되겠고요. 우리나라만 갖고 있는 독특한 문화니까 굉장히 자랑스러운 건데, 저희는 기록물로 인해서 이것을 그대로 복원을한 것입니다."]
궁중채화박물관에서 고풍스러운 다구를 만날 수 있는 특별기획전 '茶, 그릇에 담다'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시장 한가운데 자리 잡은 찻잔을 받들고 있는 동자승은 귀여운 전시회 마스코트입니다.
차는 고려 초부터 왕실과 귀족, 승려 등 상류계층이 즐기던 고급 문화였기에 그 도구도 화려함을 뽐냅니다.
정성스레 깨끗한 물만을 모아 청동 정병에 담은 뒤 귀신 얼굴을 한 익살스런 문양의 청동 화로에 오리 얼굴 주둥이를 가진 자루 솥을 얹어 물을 끓입니다.
연꽃 위에 피어난 불길 모양의 장식물과 정교하게 새겨진 꽃과 덩굴 문양을 가진 은제 주전자와 그 주전자 받치는 승반은 차의 풍미를 더합니다.
그 차를 6개 꽃잎 모양의 잔에 담아 탁에 바쳐 마시면 그 잔향이 입속에서 더 오래 머물렀을 것입니다.
용머리 손잡이가 달린 찻잔 안에는 만개한 꽃이 새겨져 차와 꽃 향기를 함께 마셨습니다.
청자가 발전해 은제 찻그릇을 대신합니다.
은제탁잔 형태와 똑같은 청자탁잔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상감으로 꽃무늬를 장식하고 참외 모양을 본떠 만든 주전자는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합니다.
조선 시대 청화백자의 찻상에서 느껴지는 순백미와 여백미도 고려청자 아름다움 못지 않습니다.
[류상수/한국궁중꽃박물관 학예실장 : "당시 중국에서는 어떤 다기와 다구들을 사용했는지 비교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 중국 청대에 사용했던 청화백자 다기들을 준비해서 같이 비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찻잎을 갈아 말차로 마시기 위해 필요했던 차 맷돌과 소풍용 다구도 쉽게 보지 못한 것들입니다.
실용성을 강조한 근대 철제 주전자들도 화려한 장식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궁중의 화려한 비단 꽃 향기와 은은한 차향이 박물관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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