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선명성 자부한 나경원 "反尹으로 찍는다고 찍히겠나"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특별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건배사를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 사표를 낸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당대표 선거 출마 여부를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보수층 지지율 1위를 유지한다면 '등판'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11일 오전 자신이 원외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울 동작구(을) 지역을 찾아 동작구청 신년인사회 참석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오후엔 당 지도부와 다른 당권주자들 참석만 예고됐던 서울특별시당 신년인사회에도 모습을 보였다.

동작구청에서 기자들을 만난 나 전 의원은 자신이 "불출마는 없다"고 말했다는 한 신문 보도에 "출마, 불출마를 (둘 다)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해촉까지 시사하던 대통령실이 부위원장직 사의 표명을 수리했는지에 관해선 "아직 공식적인 통보를 못 받았다"면서도 "어떤 자리에도 연연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에 미련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당권 도전 여부와 어떤 '자리'를 맞바꿀 수 있다는 설(說)을 일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지역에서 윤석열 정부 성공과 함께 '국민의힘 정당민주주의'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당 행사에선 수도권 총선 승리와 윤석열 정부 3대(노동·교육·연금) 개혁 외에도 '정당개혁'을 강조하는 인사말을 했다.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불출마를 압박하는 당내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중앙당에서 총선 승리 외에도 "절대 화합, 절대 단결"을 구호로 삼았다. 이 와중 '수도권 연대'를 자처하는 주자 윤상현 의원이 당내 '뺄셈정치DNA'가 작동 중이라며 그의 역성을 들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취재진이 '출마하면 반윤(反윤석열)으로 찍히는 게 아니냐'고 묻자 "찍는다고 찍혀지나요"라고 받아 넘겼다. 자신감의 표현으로 대통령실의 이례적 공세 이후로도 당심 선두를 지킨 여론조사 결과가 배경 중 하나로 보인다.

한길리서치가 이날 공표한 1월2주차 여론조사 결과(쿠키뉴스 의뢰·지난 7~9일·전국 성인 최종 1020명·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차기 여당 대표 지지 설문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응답자 344명)의 30.7%는 나 전 의원을 꼽았다. 직전 조사(지난해 12월3주차)대비 8.4%포인트 올랐다. '김장연대'의 김기현 의원도 동 기간 9.9%포인트 오른 18.8%에, 유승민 전 의원 14.6%, 안철수 의원 13.9% 등으로 뒤를 이었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층(387명)으로 보면 나경원(31.0%), 김기현(21.8%), 안철수(18.6%)로 1강 2중 구도가 엿보였다. 나 전 의원은 "국민들께, 지지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고 했다.

김기현 의원 측은 "(약 3주간) 후보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면서 약진했다"고 자평했다.

안철수 의원은 "ARS(방식 여론조사)엔 신경 안 쓴다"고 했다.

한편 나 전 의원 측에선 대(對)정부 협력 기조나 보수 선명성 측면에서 '유승민·이준석의 길'을 갈 리가 없다는 기류도 읽힌다. 그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시절인 2019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북한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으로 비판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피력해왔고, 이날도 2019년 3월 문정인 당시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자신의 방미 행보를 미·북 2차 정상회담 결렬 원인으로 꼽은 기사를 SNS에 공유했다.

한기호기자 hkh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