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대출 갚아주고...사업자대출 나오면 수수료까지 더해 빼갔다
사업자 주담대 절반 LTV 80%↑
집값 하락·고금리에 리스크 커져
가계 주담대 17.6% 줄어들 때
사업자 주담대는 140% 급증
“저축은행 사실상 방조” 지적도
건전성 문제도 커질 전망이다. 자격이 안 되는 차주에게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대거 취급한 가운데 부동산 경기 위축, 금리 상승이 맞물려 채권의 잠재 부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상환 안되는 차주에게 저축銀이 도와주기도
금융권에 따르면 작업대출 과정엔 통상 불법 대출모집인이 관여한다. 불법 모집인은 개인사업자 대출에 필요한 전자세금계산서, 입·출금 거래내역서 등 대출금 사용증빙 서류를 위·변조한다. 이후 위·변조한 서류로 사업자 주담대를 신청해 대출금을 타낸다. 차주가 가계대출을 이미 이용 중이라면 모집인은 이를 먼저 갚아주고, 사업자 대출을 받게 한 뒤 해당 대출금과 함께 수수료까지 챙긴다.
금융감독원은 11일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 취급실태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부당취급(작업대출) 유형의 대부분은 기존 가계주담대를 (불법 모집인이) 먼저 갚는(선상환) 방식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차주가 본인 대출을 직접 갚을 수 있도록 저축은행이 직접 상환해준 경우도 금감원 검사에서 적발됐다. 차주가 주택구입용 가계 주담대로 간주되는 대출을 보유하고 있어 상환이 허용되지 않은 상황인데도, 저축은행은 사업자 주담대를 취급해 해당 대출을 상환해줬다. 이후엔 불법 모집인이 개입했다. 상환 후 남은 금액이 사업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보이도록 모집인은 관련 서류를 위·변조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2년여 동안 취급된 작업대출 규모가 대형 5개 저축은행에서만 1조2000억원으로 확인된 것이다.
사업자 주담대 절반이 LTV 80% 초과
작업대출은 코로나 사태 이후 급변한 영업 환경 아래에서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2020년 이후 초저금리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율을 일정 이하 수준으로 묶어두는 ‘총량 규제’를 강화했다. 가계대출 시장에서 장사하는 데 한계가 생기자 저축은행들은 사업자 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실제로 저축은행 사업자 주담대 잔액은 2019년 말 5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 말 13조7000억원으로 140.4%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가계 주담대가 1조7000억원에서 1조4000억원으로 17.6%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사업자 주담대 증가율(140.4%)은 저축은행의 총대출 증가율(78.9%)보다도 2배 가까이 높다.
사업자 주담대 시장을 공략한 것은 이 시기에 자금이 필요한 가계 및 소상공인이 늘어난 가운데 사업자 대출 규제가 널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업자 주담대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물론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도 적용되지 않는다. 대출 한도도 가계 주담대는 8억원인 반면 개인사업자에겐 50억원(자산 1조원 이상 시 60억원)까지 가능하다. 여기에 채권 부실에 대비해 쌓아두는 돈(대손충당금)을 가계 주담대에 비해 덜 쌓을 수 있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문제는 작업대출 채권의 부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땐 향후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돈을 갚을 수 있지만, 지금처럼 집값이 내려가면 저축은행으로선 돈 떼일 가능성이 커진다. 여기에 금리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까지 늘어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사업자 주담대의 평균 LTV는 75%에 달했다. 가계 주담대(42.4%) 대비 1.8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특히 사업자 주담대 가운데 약 절반(48.4%)은 LTV가 80%를 초과했다. 90%를 초과한 비중도 15.3%에 달했다. 작업대출로 취급된 사업자 주담대의 평균 LTV 역시 이와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적발된 5개사의 작업대출 LTV도 최고 90%를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자 번호 조회만 했어도…”
업계는 작업대출을 막기 어렵다고 항변한다. 금감원 검사에서 작업대출 취급이 적발된 저축은행 측은 “영업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대출모집인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해당 모집인이 불법 모집인인지 여부를 가려내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류를 위·변조하면 이를 걸러낼 길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근 대형 시중은행에서도 불법 모집인과 공모해 작업대출이 100억원 넘게 나갔는데, 소형 저축은행이 이를 무슨 수로 막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저축은행의 과실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변조된 서류라 해도 국세청 등에 사업자 번호를 조회만 했으면 막을 수 있는 작업대출이 적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당국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대출모집인을 관리하고 교육하는 책임은 모집인을 사용하는 금융회사에 있다”고 했다.
임원들이 단기 이익에 매몰돼 내부통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업자 주담대 시장에 공을 들이면서도 대규모 작업대출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당국 한 관계자는 “저축은행 경영진이 작업대출을 방조했다면 배임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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