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문화재 국민에게 더 가까이 … 관람료 전면 폐지 추진"
감면비용 정부가 예산 지원
해묵은 관람료 논란 해소 기대
산중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양극화·소통 단절 등
현대병 고치는 데 앞장
"계묘년 새해는 '지혜로운 토끼는 위기를 대비해 세 개의 굴을 판다'는 뜻의 교토삼굴(狡免三窟)의 지혜로 살아야 합니다. 시대적 상황과 주어진 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지혜로운 토끼처럼 위기를 대비하고 극복해 나가야 합니다."
한국 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을 이끌고 있는 제37대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대면과 서면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계묘년에는 두 마리가 함께 방아를 찧는 토끼처럼 화합과 상생의 북을 두드려 만물이 모두 새로워지고 모든 것이 순리대로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당부했다.
스님은 또 사찰 문화재 관람료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들의 불편을 없애고 문화재 관리에 소홀함이 없도록 사찰 문화재 구역 입장료 징수 제도를 개선해 나갈 예정입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문화재 관람료 감면 지원 예산이 반영됐기 때문에 당국과 협의를 거쳐 진행할 겁니다. 그동안 국가가 지정한 문화재 관리 비용을 사찰이 관람료 징수로 충당해 온 관행이 바로잡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지난해 9월 무투표 추대로 총무원장에 오른 스님은 불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삶은 풍요해졌지만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습니다. 불교는 마음의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입니다. 한국 불교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중 수행 안거 전통이 남아 있고 지금도 1만3000여 스님들께서 치열한 안거 정진을 하고 있습니다. 불교가 산중에만 머무르지 않고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때입니다."
진우 스님은 사회적 편가르기에 우려를 표시했다. "현대사회는 사회적 양극화와 소통 단절이라는 병을 앓고 있어요. 현대병의 해답은 불교에 있습니다. 불교의 참선과 명상 그리고 8만4000법문 속에는 이 문제들을 풀 수 있는 방법들이 녹아 있어요. 동체대비 사상과 자비심을 바탕으로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겠습니다."
진우 스님은 1962년 강원도 강릉 태생으로 백운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78년 강릉 보현사에서 사미계를, 1998년 통도사에서 구족계를 받았다.
진우 스님은 흔히 '준비된 총무원장'으로 불린다. 그만큼 종단 내 다양한 직책을 섭렵했다. 백양사 주지를 시작으로 총무원 총무부장, 기획실장, 불교신문 사장, 교육원장 등을 거쳤다.
"총무원장에 임하는 거창한 포부보다는 그저 한 명의 수행자로 해야 할 소임에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임할 생각입니다. 불교의 저력이 우리 사회를 두루 덮을 수 있도록 매사에 사부대중(四部大衆)의 손과 발이 되겠습니다."
매일 아침 조계사 대웅전에서 108배로 하루를 시작하는 스님은 새해 꼭 이루고 싶은 일로 "넘어진 채 발견된 경주 열암곡 통일신라 불상을 바로 세우고 싶다"고 말했다.
[허연 문화선임기자·사진/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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