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15억 횡령’ 오스템 前 직원 징역 35년… 아내도 실형

법원 “장기간 걸쳐 대범하게 범행
경제적 이익 계속 보유할 길 모색”
1151억 몰수·추징… 동생·처제 집유

2200억여원의 회삿돈을 횡령한 오스템임플란트 전 직원이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재판장 김동현)는 1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오스템임플란트 전 재무팀장 이모(45)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하고, 벌금 3000만원 납부와 1151억여원의 몰수·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씨 아내에겐 징역 3년, 여동생과 처제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 모 씨. 연합뉴스

이씨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팀장으로 재직하며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회사 자금이 들어있는 계좌에서 본인 명의 증권 계좌로 15차례에 걸쳐 2215억원을 이체한 뒤 주식투자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이씨의 아내와 여동생, 처제는 이씨와 적극적으로 공모해 이씨의 범죄수익금을 숨긴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이씨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범행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장사에서 이런 식의 범행이 손쉽게 이루어진다는 점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범행이 장기간에 걸쳐 대범하게 이뤄진 점에서 더욱 죄질이 나쁘다”고 꾸짖었다. 이어 재판부는 “(증거 등을 볼 때) 이씨가 장기 징역형의 선고를 감수하면서도 이씨 스스로 또는 가족들이 횡령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계속 보유할 길을 모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범행 이후 이런 계획을 하고 있다는 것을 양형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수익이 코인·주식 투자에서 비롯된 건 줄 알았다는 이씨 아내와 여동생, 처제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합법적으로 번 돈이라면 비밀작전처럼 쫓기듯이 단기간에 많은 돈을 증여받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남편이 가져온 막대한 돈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이씨가 출소 후 (범죄)이익을 향유할 것을 기대하며 재판과정에 임하는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크다”고 판시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이씨가) 가족들과 공모해 금괴를 구입하고 가족 명의로 부동산과 리조트 회원권 등을 취득했다”며 “회삿돈을 수백억원 단위로 횡령하는 사건이 늘었는데 가장 큰 범행인 이 사건을 일벌백계해 다시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없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검찰 구형 이후 “수많은 분을 힘들게 하고 피해를 주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며 “평생토록 죄를 반성하고 참회하면서 살아가겠다”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