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이 돈 없단다”…설치 까다로운 이녀석, 우리 아파트는 없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cap@mk.co.kr) 2023. 1. 1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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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세대 수도권 아파트도
시장성 없으면 ATM 설치 기피
“ATM 대당 연간 2000만원 비용”
이자장사 은행 역대급 실적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지난 2018년 입주한 경기도 한 신도시 소재 1100세대 규모 A아파트 단지. 이 단지는 올해로 입주 6년차가 됐지만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아직 없다. 입주 시작 후 꾸려진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단지 잔금대출을 취급한 은행과 ATM 설치를 추진했으나 시장성(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입주자대표들이 다른 은행도 협상을 했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금리 인상으로 주요 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1~3분기 이자장사로 40조원이 넘는 역대급 실적을 올린 가운데 이처럼 시장성이 없다는 이유로 1100세대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수년째 ATM 설치가 기피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통상 은행이 아파트 단지에 ATM을 설치하는 사례는 기존 영업점 폐쇄에 따른 대체 채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외에는 세대수, 은행거래 고객 규모, 잔금대출 취급 아파트 단지 여부를 비롯해 유동 인구, 홍보 효과 등을 따져 ATM 설치가 시장성이 있는지 판단한다.

시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면 잔금대출을 집단으로 취급한 대단지 아파트라도 ATM 설치가 배제된다.

입주 6년차를 맞은 A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의 경우가 그렇다. 3000명이 넘는 입주민들은 주거지에서 ATM을 이용하려면 인근 아파트 단지나 버스로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은행까지 이동해야 한다.

ATM이 설치된 인근 아파트 단지까지는 도보 기준 길게는 10분 남짓, 왕복하면 약 20분이 소요된다고 한다.

ATM 현황.[자료 제공 =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점포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어 고령층 등의 금융서비스 이용 편의가 제약되는 가운데 ATM 마저도 줄어드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20년 6월말부터 가장 최근까지 통계인 지난해 6월말까지 2년 동안 집계한 신한, KB국민, 우리, 하나 등 4대 은행의 ATM 설치 현황을 보면 모두 감소했다.

이 기간 KB국민은행은 6629개에서 4984개로 ATM이 줄었다. 신한은행(5697개→4965개), 우리은행(4727개→4024개), 하나은행(3862개→3523개)도 ATM 운영을 줄였다. 은행 점포 역시 같은 경향을 보였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ATM 대당 운영비가 연간 약 2000만원 소요된다”고 말했다. 이 비용에는 유지와 관리, 보수, 그리고 보안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현금 인출과 같은 금융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 추세는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 불편을 초래한다.

통계청이 65세 이상 고령층 대상으로 은행 점포 감소 등에 따른 금융서비스 이용에 대한 불편 여부를 설문(2020년도 노인실태조사)한 결과, 10명중 4명에 해당하는 38.4%(매우불편 9.4%, 불편 29.0%)가 불편을 토로했다. 노인실태조사는 3년 주기로 통계청이 조사해 발표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성인 10만명당 ATM 수는 2019년 집계에서 264.62개로 2016년의 271.56개보다 감소했다. 이는 전년(2018년 266.97개) 대비로도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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