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中 비자 중단에 "불편한 관계 지속할 이유 없어"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윤석열 대통령은 11일 "무슨 종전선언이네 하는, 상대방의 선의에 의한 평화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고 국방부에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외교부와 국방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우리는 평화를 지향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결코 침략전쟁이나 이런 것은 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우리의 자유와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한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국방부를 향해 "상대방의 선의에 의한 (평화는) 평화가 아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평화를 가짜 평화라고 한다"며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국가들은 지금까지 역사상 사라지지 않고, 그 나라의 문명을 발전시켜오면서 인류사회에 이바지했다"고 했다.
미국 핵전력에 대한 공동 계획과 공동 훈련을 통한 확장억제 구상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우리의 안보를 미국이 지켜주는 개념이 아니라, 서로 안보 이익에서 일치하기 떄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한 30년 전에 했던 교육훈련 체계를 가지고 지금 할 수는 없다"고 일선 장병들에 대한 훈련 수위 상향 조정을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군에서의 훈련이라는 것은 그냥 교육의 문제가 아니다. 장병에 대한 교육 훈련은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작전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고생시키는 체력 훈련을 훈련이라고 생각해도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훈련은) 전쟁을 대비하는 실효적인 연습을 말하는 것"이라며 "그게 군에서의 교육과 훈련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장병에 대한 실효적인 전쟁 대비 연습이 체계적·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금년에는 많은 발상의 전환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이어 윤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는 단순히 인권 수호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강력한 심리적 요인이 된다"며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대내외 홍보를 당부했다.
군사적 행동에 대한 맞대응과 함께,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로 북한에 대한 '강대강' 대응 수위를 끌어올린 것이다.
외교부에는 중국의 한국인 대상 단기비자 발급 중단과 관련한 대응을 주문했다. 정부가 지난 2일부터 중국발 한국행 단기 비자 발급을 제한하자 중국이 한국인의 중국 방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을 중단한 점을 윤 대통령은 "보복적인 조치"로 규정하고 "양국 간에 외교적으로 약간에 긴장 같은 것들이 흐르는 모양인데,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것은 외교 문제도 아니고, 경제·통상 문제도 아니고, 그냥 자국 국민 보호 (차원의 문제)"라며 "출입국과 법령 문제는 그때그때의 상황에 따라서 과학적 근거에 의해서만 판단하면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 대통령은 "중국도 그런 판단으로 (단기비자 발급 중단 조치를) 한 것이라면 할 수 없고, 그건 각자 국가에서 판단하는 문제"라며 "불필요하게 방역, 출입국 문제를 가지고 서로 불편한 관계를 지속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랑 가까운 나라라고 해서 여유 있게 출입국 관리를 해주고, 우리와 동맹 관계가 아닌 나라라고 해서 출입국 관리를 엄하게 하는 것도 절대로 아니"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외교부에서 중국 측에 우리 입장을 설명을 하라"고 했다.
중국에 대한 비자발급 중단이 과학적 근거에 따른 방역 조치의 일환인 만큼, 중국의 맞대응 조치에 휘둘리지 말라는 주문이다.
이어 윤 대통령은 코로나19 초반인 2020년 상황을 언급하며 "중국과의 외교 문제를 생각해 (중국인들에 대한) 출입국 통제를 하지 않고 풀었다가 우리가 얼마나 많이 어려운 일을 겪었나"라며 "반면에 우리가 (코로나) 상황이 안 좋아지고, 중국이 조금 나아졌는데 우리가 중국에 들어가려고 하자 중국에서 우리나라 국민들의 출입을 완전히 차단시킨 적이 있다"고 앙금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중국은 한국에 대한 단기비자 중단에 이어, 중국을 경유하는 한국인에 대한 비자 면제까지 중단하는 등 맞대응 조치 수위를 한층 높였다. 경유자에 한해 72∼144시간 동안 중국 공항 등 지정된 곳에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혜택을 한국과 일본 국민에게는 제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외교부에서는 이런 것이 불필요하게 다른 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잘 설명해 주는 성의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주문했으나 주고받기식 단기비자 발급 중단 조치로 촉발된 한중 갈등이 전면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임경구 기자(hilltop@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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