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 트렌드 인사이트] "암환자도 보험 가입 가능합니다"

2023. 1. 1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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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일본 최대 미디어그룹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이 새로운 비즈니스 트렌드를 소개하고자 매월 발행하고 있는 '닛케이 크로스 트렌드'라는 월간지는 지난 12월호에 '미래시장을 창조하는 100대 기업' 2023년판 특집편을 게재했다. 다양한 업종을 대표하는 첨단기업들이 소개됐다. 그 중 비대면 의료 서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MICIN(마이신)이라는 회사가 유독 눈에 띈다.

'Medical Information'의 이니셜 MI와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1970 년대에 만들어진 의료 인공지능 'Mycin'을 조합해 명명한 이 회사는 지난 2015년에 도쿄 치요다구에서 의사 출신인 하라 세이고에 의해 설립됐다. 온라인 의료를 중심으로 건강 및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서비스를 펼쳐 나가고 있다.

'마이신'은 의료 데이터를 중심으로 4 개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회사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온라인 의료 서비스다. 처음에는 대부분 의사들 사이에서 대면 치료 의견이 팽배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환자의 요구뿐만 아니라 의료 전문가의 수용도 가속화돼 사용자 수가 10배 이상 증가하는 등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작년 4월에는 스마트폰을 가슴에 대고 호흡음을 획득하는 기술을 개발해 의료기기 규제승인을 신청했다. 승인되면 환자는 청진기 대신 스마트폰으로 호흡기 소리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또한 70대 이상 노인들을 위해 케이블 TV 회사인 JCOM과 사업 제휴를 맺고 TV를 사용한 의료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 사업인 'Digital Therapeutics'(치료제)는 진단, 치료 등 의료 행위를 실현하는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심혈관 수술 환자의 수술 전후에 자가관리 방법을 지원하는 앱인 'Med Bridge heart care'를 제공함으로써 수술 후 입원 일수가 줄어드는 등 효과를 내고 있다. 향후 대장암, 폐암 등 암 분야에서도 수술 전후 케어앱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 번째로 '임상 개발 디지털 솔루션 사업'이다. 이는 임상 실험에서 온라인 의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임상 실험 참가자는 보통 병원에 가야 하지만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으면 거리가 먼 의료기관에서도 임상 실험이 쉬워진다. 이를 통해 약물 개발 기간이 단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지난 2020년 자회사를 설립해 서비스를 시작한 신규 보험 사업이 있다. 이번 닛케이가 100대 기업으로 선정한 주요 배경이다. 이 회사가 개발한 보험상품이 미래 사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일반 보험회사들이 판매하고 있는 일반 암보험과는 다르게 기존에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던 환자들도 자유롭게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특별한 상품을 개발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역시 디지털을 활용한 광범위한 세부 데이터 축적 노하우에 있다. 예를 들어, 통신 장치를 사용하여 가입자의 주행 데이터를 기록하고, 안전 운전을 계속하면 보험료를 할인하는 자동차 보험 상품과 같은 방식으로 개인의 의료 데이터 및 생활 습관에 따라 위험을 자세히 분석하고, 보험 메커니즘으로 위험을 줄이기위한 조언을 해주며 악화 위험을 감소시킴으로써 보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1년 반 동안 승인작업을 거쳐 지난 2021년에는 '여성 특유의 암 경험자 암 보험'을 출시했다. 일본 최초로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수술 6개월 후부터 가입할 수 있는 암보험이다. 작년에는 암 종류에 관계없이 진단 확인 후 6개월 후에 신청할 수 있는 '암 생존자를 위한 입원 보험'도 출시했다. 그동안 보험가입이 어려워 경제적 부담이 컸던 기존 암환자 입장에서 볼 때 획기적이고 고마운 상품들이다.

한국도 코로나 이후 닥터나우, 엠디톡, 온닥터 등 비대면 의료앱들이 등장해 환자들의 편의를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기존 의료 체계와 규제 사이에서 여러가지 장벽에 부딪혀 다양한 서비스를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고 디지털강국으로서 'K-디지털 의료'도 과감한 규제 완화와 미래지향적 제도가 뒷받침해 준다면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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