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입국규제 추가보복… 경유비자 면제도 중단

韓·日 국민 대상… 도착비자도
산업계, 中출장 등 차질에 우려
외교·긴급 비즈니스 예외 주목

중국이 한국 국민에 대한 중국행 단기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한 다음날인 11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인근 번역·통역 업체 모습. 연합뉴스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한 단기비자 중단에 이어 중국을 경유하는 한·일 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도 중단했다. 다만 외교, 공무, 긴급한 비즈니스 등의 사유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할 가능성을 시사해 주목된다.

중국이민관리국은 11일 "최근 소수의 국가에서 중국 국민에 대한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이러한 조치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경유자에 한해 72∼144시간 동안 중국 공항 등 지정된 곳에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나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해서는 이 같은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민관리국은 또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해 '도착 비자(현지에 도착해서 발급 받는 비자)' 발급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이날 즉시 시행된다고 이민관리국은 전했다.

하지만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외교·공무·긴급 비즈니스 등의 이유로 중국에 와야 하는 인원에 대해서는 중국이 이미 정책을 마련했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중국의 현지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 문의할 수 있다"고 답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외교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서 "중국의 비자 발급 중단으로 양국 간에 외교적으로 긴장이 흐르는 모양인데 그럴 필요는 없다"며 "이것은 외교 문제도 아니고, 경제통상 문제도 아니고, 그냥 자국 국민을 보호하고, 국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는 것이니 외교부가 중국 측에 우리 입장을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중국의 비자 발급 중단에 국내 산업계는 사업일정이나 출장 비즈니스 등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산업계는 당장 큰 타격은 없지만 장기화 할 경우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본다.

중국법인을 둔 현대자동차그룹은 법인이 현지 업체와 합작사인데다 현지 근무자들이 대부분 주재원이라 단기비자 발급 중단의 영향이 바로 미치는 건 아니지만 상황이 길어지면 중국 내 사업 유지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생산시설을 둔 기업들도 직접 영향이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긴급하게 출장을 가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단기로 나가는 출장은 불가능하게 됐다"며 "당장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지만 한중 관계가 악화되고 사태가 장기화하면 아무래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소기업들도 비상이 걸리긴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내달 말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치과 의료기기 전시회 '덴탈사우스차이나' 참여 중소기업을 30곳 모집했지만 이번 조치로 절반 정도는 참여가 어려워졌다. 사실상 중국 현지에 법인이나 지사 등을 둔 업체만 참여할 수 있어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수출 중소기업 등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국 13개 지방중소벤처기업청 및 제주수출지원센터에서 '중국 비자 발급 중단에 따른 중소기업 애로접수센터'를 운영한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