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악연` 교보생명-어피니티… 풋옵션 분쟁 2심 결과 주목

IPO 불발이후 '주당 가격'에 공방
내달 1일 선고… 새 증언 변수될듯
檢 "어피니티·회계사 부적절 공모"
항소심서 징역 최대 1년6개월 구형

교보생명 본사 사옥. 교보생명 제공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평가를 재무적투자자(FI)에게 유리하게 산정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어피니티컨소시엄(어피니티) 임직원과 딜로이트안진 회계사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내달 1일 진행된다. 1심에서는 전원 무죄가 나온 가운데 2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어피니티 임직원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등 5명에 대한 2심 선고가 내달 1일 예정됐다. 지난 2020년 교보생명은 안진이 어피니티가 보유한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을 투자자 측에 유리하도록 높게 책정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어피니티와 교보생명의 악연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피니티는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주당 24만5000원에 교보생명 지분 24%(약1조2000억원)를 매입하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9월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피니티가 풋옵션을 행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2015년 저금리, 보험사 자본규제 강화 등으로 여건이 안좋아지면서 교보생명은 상장하지 못했다. 이후 2018년 주관사를 선정하며 IPO를 본격 추진하려 했으나 어피니티가 풋옵션 이행 통보를 하면서 공방이 시작됐다.

분쟁의 핵심은 '주당 가격'이다. 어피니티가 풋옵션을 행사하며 안진을 통해 제시한 가격은 주당 40만9000원으로, 총 2조122억원이다. 신 회장은 가격 적정성을 문제 삼으면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9년 어피니티는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재판부에 중재를 신청했고, 그 여파로 교보생명 IPO는 중단됐다. ICC에서는 사실상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어피니티의 풋옵션 권리는 인정하면서도 신 회장 측이 주당 40만9000원의 가격에 풋옵션을 매수하거나 이자를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후 풋옵션 가격 산정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 교보생명 측이 가치평가에 개입한 안진 소속 회계사와 어피니티 임직원들을 형사 고발했고, 재판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교보생명 풋옵션 행사 가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어피니티와 안진 소속 회계사가 부적절한 공모를 했다고 보고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어피니티에 유리한 방법만을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딜로이트안진 회계사 3명과 교보생명 FI인 어피니티컨소시엄 임원 2명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항소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최고 징역 1년 6개월과 1억원 이상의 추징금을 1심과 같이 구형한 상태다.

이번 2심 최종 선고에서는 1심 무죄 판결에서 주요 참고 사안이었던 한국공인회계사회의 윤리조사심의위원회 심사가 애초부터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회계사회는 안진 회계사들과 어피니티 관계자들 사이에 공모행위가 담긴 244건의 이메일 증거가 있음에도 통상적 업무협의로 판단하며 '조치없음' 의견을 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3차 공판에서 진행된 증인신문에서 회계사회 판단을 주도한 윤리위 심의위원에 해당 이메일들을 본적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그는 "기억나지 않는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당시 검찰은 "한공회 결정이 244통의 이메일의 전체적인 흐름까지 모두 파악하고 결정을 내린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2심 판결이 주목받는 건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와의 갈등이 봉합돼야 IPO가 성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법적 다툼과 별개로 IPO를 재추진했지만 지난해 7월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 상장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 한국거래소는 '경영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 등 분쟁 사건'이 없어야 상장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IPO를 추진하려는 입장에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유선희기자 view@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