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국·일본만?' 중국의 잇단 '방역 보복'… 한미일 공조 견제인가
美·유럽도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시행 중
(서울=뉴스1) 노민호 이창규 기자 = 중국 당국이 우리나라와 일본을 '콕' 짚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과 관련한 '보복' 조치를 잇달아 발표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나라와 일본이 각각 미국의 역내 중요 동맹국임을 들어 중국 당국의 연이은 조치엔 방역 차원을 넘어 '한미일 3국 간 공조'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은 11일 공지에서 "최근 소수 국가에서 중국 공민에 대한 차별적 입경 제한조치를 실시함에 따라" 한국·일본인에 대한 도착비자 발급을 중단하고 경유비자 면제 정책 또한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당국은 그간 자국을 거쳐 제3국으로 가는 한국·일본인에 대해 공항 등 지정된 장소에서 72~144시간 동안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경유비자 면제 제도를 시행해왔으나 이를 이날부터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중국 당국은 한일 양국 정부의 중국발(發) 입국자에 대한 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를 문제삼아 전날부터 우리 국민을 대상으론 '단기 비자', 일본인을 대상으론 '일반 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부 소수 국가에서 유감스럽게도 과학적 사실과 자국의 코로나19 상황을 도외시한 채 중국에 대한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고집하고 있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중국은 그에 대등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영국·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최소 16개국이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방역 강화 조치를 시행 중인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유독 한일 양국만을 상대로 이 같은 조치를 연거푸 취한 건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정부는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까지만 해도 미중 간 패권경쟁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표방해왔으나, 작년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뒤론 중국과의 협력 의사를 밝히면서도 '한미동맹 강화·발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외교정책을 펴고 있다.
우리나라가 작년 5월 미 정부 주도 역내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창립멤버로 참가한 데 이어, 현재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인 이른바 '칩4' 참여 논의를 진행 중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는 최근엔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 최종본을 공개하고 미국의 인·태 전략과 연계 의사를 밝혔다.
미국의 인·태 전략은 궁극적으로 중국의 역내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평가다.
일본은 미국의 인·태 전략 마련과정에서 사실상 첫 아이디어를 제공한 국가다. 미·일 양국은 인·태 전략과 관련해 저마다 중국을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현상변경 세력'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의 전략적 도전'이라고 기술하며 대립각을 세워왔다.
특히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 2021년 1월 출범 이후 북한과 더불어 중국을 역내 안보위협으로 지목하고 우리나라·일본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추구해왔다.
즉,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던 중국 당국이 작년 10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3기 체제 출범, 그리고 최근 '외교 투톱' 교체를 거치면서 한일 양국에 대해서도 공세적 외교를 펴기로 하고 그 '첫 작품'으로 '방역 보복'을 택한 것일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동규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꼬집어 비자 문제를 걸고넘어진 데는 자신들의 역내 영향력을 과시하고 '한국이 미국에 동조할 때 압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도 "중국 당국이 한일에 대해 보복조치를 취한 데는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한일 양국을 호주·뉴질랜드와 함께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에 동참하는 국가로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연두 업무보고 뒤 브리핑에서 "우리가 중국에 대해 방역조치를 취한 건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과 과학적·객관적 근거에 따른 것"이라며 "이런 조치가 한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바람직하지 않지만, 우린 앞으로도 방역조치와 관련해선 과학적·객관적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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