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금리 더 오를텐데… 이자·물가·수출 잇따른 경고음 [짙어지는 경기침체]

김동준 2023. 1. 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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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결정 키' 연준 인상기조 확고
세계경제 전망까지 악영향 끼쳐
소비·수요 감소로 경기 악순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연합뉴스=AFP>

주식투자를 위해 1금융권으로부터 5000만원을 신용대출 받은 직장인 신모(34세·남) 씨는 매달 이자와 원금을 포함해 33만4000원을 상환해야 한다. 작년 11월 대출받을 당시 6.7%던 금리가 지금은 8.0%를 넘기면서 20만원대였던 상환액도 수개월새 7만원가량 뛰었다. 2금융권에서 받은 대출은 금리가 더 올라 한 달 상환액만 50만원에 달한다. 월 급여 390만원의 13%가 대출을 갚는 데 고정적으로 들어가는 셈이다.

서민들의 지갑이 가벼워지는 원인은 비단 고물가만은 아니다. 물가가 오르면 지갑을 열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지만, 이미 받아놓은 대출은 금리 인상과 맞물려 서민들의 자금 융통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는 소비둔화로 이어져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문제는 주요국 기준금리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가 변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WB) 총재는 10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 발표 뒤 '극도로 높은 수준'의 금리 인상으로 세계 자본이 선진국으로 흡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 경제성장 전망 악화로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며 신흥·개도국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맬패스 총재의 이러한 인식은 작년 급격하게 치솟은 미국의 기준금리에서 비롯된다.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넘게 유지한 완화적 통화정책을 버리고, 재작년 말부터 긴축의 길을 택했다. 네 차례 연속으로 행해진 연준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은 세계 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가져왔다. 당장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각국의 금리 인상 경쟁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년 우리나라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24년만에 가장 높은 5.1%를 기록했다. 주로 먹고사는 데 필요한 농산물값이 급등했다. 원자재·에너지 가격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적잖게 올랐다. 결국 한국은행은 물가안정을 위해 1% 아래던 기준금리를 3.25%까지 끌어올렸다. 기준금리가 오르자 시중금리는 더 무섭게 올랐다. 은행연합회의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작년 12월(4.34%) 사상 처음 4%대를 돌파했다.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새해 초부터 8%에 이른 상태다.

연준의 긴축으로 발생한 경기침체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스웨덴 중앙은행이 주최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물가안정은 건전한 경제의 기반"이라며 "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기가 둔화하는 것처럼 단기적으로 인기가 없는 조치가 요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을 두고 연준이 한동안 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기존 전망치보다 훨씬 높은 6%로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 기준금리가 낮아지지 않을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경기침체는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꺾이기 시작한 수출은 연초에도 내림곡선을 그리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국내 전체 수출액(잠정치)는 작년 대비 0.9% 줄어든 138억6200만달러로 집계됐다. 특히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1년 전과 비교해 수출액이 29.5%나 급감했다. 수출이 둔화함에 따라 경상수지도 비상이다. 작년 11월 경상수지는 무역적자 폭이 커지면서 6억2000만달러 적자가 났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한은의 전망치인 연간 250억달러 흑자 달성은 사실상 어렵다.

정부는 상반기에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상반기에 수출, 민생 등 어려움이 집중되고, 하반기로 갈수록 점차 회복되는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김동준기자 blaa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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