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산책] 나만의 공간, '슈필라움'에서 느끼는 온전한 휴식 - 최서원 작가
민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그리는 최서원 작가의 초대전이 YTN 아트스퀘어에 열렸다.
흔히 '민화' 하면 해학적인 호랑이나 까치의 모습 등 예스러운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최서원 작가의 민화는 세련된 현대적 감각이 돋보인다.
'민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작가는 현대를 대변하는 민화를 생각해냈고, 이는 폭넓은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민화 '책거리'의 조형적 특징을 모티브로 삼아, 현대 일상적인 공간과 기물로 화면을 재배치하고 전통 도상과 문양을 조합해, 전통 회화장르인 민화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이번 전시는 '슈필라움 시리즈'를 중심으로 작가의 내밀한 감성을 드러낸다. 방해받지 않는 나만의 놀이 공간을 독일어로 '슈필라움'이라 부르는데, 이는 물리적인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단어다.
그의 일상과 고뇌, 생각이 스며든 공간에 특유의 화사하고 따뜻한 색깔을 입혀, 보는 이에게 편안함과 휴식을 제공한다.
덧붙여 민화에 새기는 도상 중에는 길상(吉祥, 운수가 좋을 징조)의 의미를 지닌 것들이 많다.
작가의 '슈필라움'을 찾아 새해 좋은 기운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전시는 31일까지다.
- 작가 노트 중
YTN 아트스퀘어 최서원 초대전 (1.2 ~ 1.31)
최서원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면 에코락갤러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최서원 작가와의 일문일답
처음에는 서양화로 그림을 시작했다. 어느 날 우연히 민화 작품을 보는데, 오방색(五方色·다섯 방위를 상징하는 청·백·적·흑·황색)이 주는 이미지에서 강렬한 기운을 느낀 적이 있다. 특히 민화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는 그림이라는 점이 내 마음에 크게 와닿았다. 그날 이후 민화가 주는 긍정의 에너지가 무엇인지 연구하며, 민화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보냈다. '민화'의 전통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민화의 확장성을 넓히고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슈필라움 시리즈'를 중심으로 '온전한 휴식'이 주제다. '슈필라움'은 독일어로 '놀이(슈필, spiel)'와 '공간(라움. raum)'의 합성어로 휴식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재창조하고 새로운 삶을 꿈꿀 수 있는 온전히 나만이 즐기는 놀이공간이란 뜻이 있다.
민화는 주로 민중의 결핍, 염원을 담은 그림이다. 나의 결핍은 '공간'에 대한 욕구였다. 4남매의 막내로 자라다 보니, 나만의 공간을 갖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린 시절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예쁘게 꾸며진 친구 방을 보고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내 방이 생긴다면 어떻게 꾸밀 수 있을까를 매일 밤 상상하며 결핍을 달랬다. '슈필라움 시리즈'는 내가 오랫동안 바라고 상상한 것들을 작품을 통해 실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민화는 전통의 요소를 담은 장르이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내 그림은 '내가 살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며 현대적인 장소가 자연스럽게 바탕이 되는데, 그걸 '민화' 장르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 현대적 배경과 민화의 전통적 요소를 결합할 수 있는 접점을 찾고자 했다.
먼저 민화에서 나타나는 전통적인 도상 가운데 현대적 공간에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도상을 찾았다. 예컨대, 호랑이와 같은 도상이 현대적인 배경에 등장하면 어색하지 않나? 그래서 '의자', '책거리'와 같은 익숙한 도상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다시 풀어냈다. 의자, 책거리는 출세와 성공의 길상의 의미를 담는데 출세해서 부귀영화를 누리면서 잘 살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공통적이다. 전통미를 계승하면서도 현대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도상, 상징을 차용한다.
또한 '전통 문양'을 살리는 것을 좋아한다. 전통 민화에서 차용한 문양을 디자인적 요소로 적재적소에 배치해 현대적 배경과 조화롭게 그려낸다.
'컬러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단색으로는 원하는 느낌이 잘 표현되지 않아서 주로 색을 섞어 쓰면서 톤 조절을 한다. 종이를 직접 염색해서 색을 만들어 쓰기도 했다.
민화 작업이라고 종이와 분채만을 고집하진 않는다. 현재는 캔버스 바탕에 아크릴로 주로 작업을 한다. 내 그림을 두고 일각에서는 '민화인가 아닌가'에 대해 정체성 논쟁이 일은 적도 있다. 하지만 재료나 소재는 시대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재료 자체로도 현대 민화를 표현하는 하나의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 다양한 재료와 소재를 이용해 민화의 표현 방식을 넓히는 작업과 연구를 해왔고 이는 민화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민화의 기법 중에 '다시점'과 '역원근법'이 있다. 다시점은 다양한 각도에서 사물이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고, 역원근법은 사물의 형태가 뒤로 갈수록 커 보이게 표현하는 기법이다. 이렇듯 민화는 그리는 사람의 시선과 생각을 자유롭게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나 또한 그림을 그릴 때 다양한 시점에서 공간을 보려고 한다. 창 옆에 서서 실내를 본다든지, 거실 복도 끝에서 내부를 바라보면 일상적인 공간도 새롭게 보인다. 마치 생각이 새로고침이 된다고 할까? 새로고침 된 찰나의 순간, 내 안의 고정관념이나 정형화된 사고가 환기되는듯하다.
작가가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본 공간과 사물의 모습을 찾아본다면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그림에서 컬러 작업에 가장 많은 비중을 두는 만큼 색채가 주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느껴보길 바란다.
민화에 담는 길상,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하기 위해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작업에 임한다. 내가 행복해야 작품에 좋은 기운을 담고 관객들에게 그 에너지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놀이공간이란 의미의 '슈필라움'과 휴식의 의미인 '케렌시아', 제목이 말해주듯 관객들에게 온전한 휴식과 힐링, 그리고 행복을 전하고 싶다.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실험적이고 과감한 시도로 민화의 표현 방법을 좀 더 확장해 보고자 한다. 세대를 초월해 누구나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고, 무엇보다 지치지 않도록 즐겁게 작업하는 게 목표다.
YTN 커뮤니케이션팀 김양혜 (kimyh121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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