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석 칼럼] 김만배와 돈 받은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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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보사부 촌지사건 때 19명의 보사부 기자단이 모은 돈이 8850만원이었으니 1인당 465만원씩 돌아가는 금액이다.
사건을 폭로한 한겨레 기자의 1년 치 월급이었다.
대장동 사건의 주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주요 일간지 기자의 금전거래가 확인된 것이다.
이 중 한겨레의 법조팀장과 사회부장을 지내고 편집국 신문총괄이라는 중책을 맡은 기자는 아파트 분양금 명목으로 9억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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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만 해도 '겨울 문교'(교육부의 전신), '여름 보사'(보건복지부), '사철 내무'(행정안전부)라는 기자사회의 은어가 공공연하게 떠돌았다. 겨울 입시철은 문교부, 여름 전염병 발병 시기는 보사부가 좋고, 내무부는 계절이 따로 없을 정도라는 풍자였다. 필자도 결백하지 않다. 외유길에 '축 장도', 출입처를 떠날 때 '미의'라고 적힌 봉투를 받았다. 접대골프, 외유, 회식 같은 출입처와 기자단이 제공하는 특혜와 향응을 뿌리치지 못했다.
32년이 흘렀다. 언론계는 정화됐나?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발표한 한국신문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2021년 말 현재 신문사는 모두 5397곳이고 종이신문은 1313곳, 인터넷신문은 4084곳이었다. 신문기자 2만8686명 중 1만6451명이 서울에 몰려 있다. 내리막길 신문시장의 매출과 광고는 바닥이지만 신문사와 기자 수는 오히려 늘었다. 줄어든 파이를 놓고 물고 뜯는 '좀비 언론인'이 설친다.
최악의 언론비리 사건이 터졌다. 한국 언론사를 다시 써야 할 모양이다. 대장동 사건의 주범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와 주요 일간지 기자의 금전거래가 확인된 것이다. 해당 기자 3명은 비슷한 시기 김씨와 함께 법조에 출입하면서 어울린 관계이다. 이 중 한겨레의 법조팀장과 사회부장을 지내고 편집국 신문총괄이라는 중책을 맡은 기자는 아파트 분양금 명목으로 9억원을 받았다. 한국일보 편집국 간부는 1억원,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900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다들 빌렸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김씨는 전직 기자 여러 명을 언론 로비용 고문으로 채용하고, 법률 전문 신문사와 민영통신사 인수도 시도했다.
기절초풍할 일이다. 이들 기자는 김씨와 대장동 사건을 엄폐하고 은폐하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대장동 사건 초기 이상하게 김씨를 비판하는 기사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미스터리가 풀린다. 법원과 검찰, 변협 등 '법조 3륜'을 취재하는 법조 출입기자는 예나 지금이나 끗발이 세다. 일도 많고, 술자리도 많고, 민원도 많다. 한겨레 기자는 김씨가 몸담고 있던 머니투데이가 법조기자단에 가입할 때 결정적 도움을 줬다. 오늘의 김씨를 있게 한 일등공신이라고 할 만하다. 녹취록을 보면 "집 사줘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돈을 받은 기자가 속한 언론사는 발칵 뒤집혔다. 그중 한겨레는 대표이사와 편집국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신문사 창간 이후 30여년 쌓은 공든 탑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 발표된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독자들은 언론이 영향력 있고 자유롭지만, 공정하지는 않다고 냉담하게 평가했다. 편파적 기사, 가짜뉴스, 언론사의 자사 이기주의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아직도 미꾸라지 몇 마리가 일으킨 구정물이라고 변명할 셈인가. 도덕불감증에 빠진 언론계에 대한 불신의 늪이 너무 깊다. 후배 볼 낯이 없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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