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일 도착 비자·무비자 경유도 제한…양국 유감 표명에도 추가 조치
중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도착 비자 발급과 무비자 경유 허용도 중단했다. 한국과 일본의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 조치에 대한 맞대응으로 전날 단기 비자 발급 등을 중단한 데 이은 추가 조치다.
중국이민관리국은 11일 “최근 소수 국가가 중국 시민에 대해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국가이민관리기관은 오늘부터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해 도착(口岸) 비자 발급을 임시 중단한다”며 “중국을 72시간 또는 144시간 동안 거쳐가는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 정책도 임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이민관리국이 이날 발급 임시 중단을 발표한 도착 비자는 인도주의적 사유나 초청에 따른 긴급한 비즈니스 또는 기타 긴급한 사유 등이 있는 경우 외국인이 비자 없이 입국해 공항만 등에 도착한 후 신청하는 비자다. 또 무비자 경유는 항공기나 선박, 열차 등을 이용해 중국을 거쳐 제3국으로 이동하는 외국인에게 특정 시간과 장소를 벗어나지 않는 조건으로 비자를 면제해 주는 제도다.
중국은 현재 중국을 경유하는 외국인에게 72시간 또는 144시간 비자 면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18개 성·시·자치구 23개 도시 30개 공항만에서 5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운영 중인데 한국과 일본 국민에게는 비자 면제 혜택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제도는 코로나19 발생 직후인 2020년 3월 운영이 중단됐다가 지난 8일 해외 입국자 격리 제도 등 방역 조치 완화와 함께 재개된 것이어서 한국 국민들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을 경유해 제3국에 가는 한일 국민이 중국 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고 중국 내 공항 안에서 수 시간 대기하는 경우는 이번 조치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날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해 비자 발급을 일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180일 이상 체류하는 장기 비자 발급은 유지하되 단기 방문(S2)과 상업무역(M) 등 이유로 한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했고, 일본에 대해서는 외교·공무·예우 이외의 일반 비자 발급 자체를 중단했다. 중국은 한국인 단기 비자 발급에 대해 “(향후) 한국의 중국에 대한 차별적인 입국 제한 조치 취소 상황에 따라 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추후 통지를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외교부의 연두 업무보고에서 “우리 방역정책은 어디까지나 과학적 근거에 의한 자국민 보호의 문제인 만큼 우리 입장을 잘 설명하라”고 당부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중국의 조치에 상당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중국의 방역조치 결정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더욱 강하게 반발하며 비자 발급 중단 조치의 철회를 요구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코로나19 대책과는 다른 이유로 비자 발급을 제한한 것은 극히 유감”이라며 “중국 측에 대해 외교 경로로 항의하면서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은 한·일 양국의 유감 표명에도 이날 추가적인 비자 제한 조치를 내놓은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도 상대국의 차별적 조치에 대한 대등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해당 국가의 대중국 차별적 조치의 실제 상황에 입각해 대등한 대응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중국 국민의 정단한 권익을 수호하고 국가 간의 정상적 교류·협력에 필요한 환경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다만 한국인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 중단과 관련 일부 예외 인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외교·공무·긴급 비즈니스 등의 이유로 중국에 와야 하는 인원에 대해서는 중국이 이미 정책을 마련했다”며 “구체적인 상황은 현지 중국 대사관이나 영사관에 문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정부도 중국인들에 대한 단기 비자 발급을 중단키로 하면서 외교와 공무, 필수적 기업운영, 인도적 사유 등의 목적으로는 비자 발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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