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올인원’ 대신 럭셔리·기능성 샴푸…1.5조 넘어선 ‘헤어케어 시장’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직장인 이모(26)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샴푸 400㎖ 한 병에 2만원에 이르는 기능성 샴푸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평소에는 린스조차 안 썼는데 최근 주위에서 머릿결·탈모 관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덩달아 헤어케어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지인들이 추천한 제품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헤어케어 시장이 지난해 처음으로 1조5000억원을 넘어서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국내 뷰티 패션 기업들도 럭셔리 헤어케어 브랜드를 속속 선보이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11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21년 1조4991억원이었던 국내 헤어케어 시장은 지난해 1조 5266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1조3464억원)에 비해 약 13% 신장한 규모다.
헤어케어 품목 중 매출이 가장 신장한 항목은 파마 관련 제품으로, 2021년 39억원에서 지난해 42억원으로 7.6% 시장이 커졌다. 염색모 전용 헤어케어 제품 역시 지난해 2021년 2165억원에서 2223억원으로 2.7% 늘었다. 린스·컨디셔너 제품도 4109억원에서 4204억원으로 2.3% 증가했다. 로레알 프로페셔널 등 헤어 살롱용 프리미엄 제품 시장도 2021년 1007억원에서 1026억원으로 1.9% 증가했다.
젤, 크림, 왁스 등 남성등이 주로 사용하는 스타일링 제품도 2020년 1082억원에서 지난해 1167억원으로 7.9% 성장했다. 의약용 탈모치료제 역시 2021년 132억원에서 134억원으로 소폭(1.5%) 증가했다.
반면, 헤어케어 품목 중 린스와 샴푸 두 기능을 모두 갖춘 ‘투인원(2 in 1)’ 제품은 유일하게 역신장했다. 투인원 제품의 시장 규모는 2018년 111억원에서 2019년 132억원으로 크게 팽창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2020년부터 급격히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82억원으로 4년 전 대비 37.8%나 줄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출을 삼가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이들이 늘면서 투인원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효율성을 앞세운 헤어케어 제품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프리미엄과 기능성을 내세운 헤어케어 제품의 인기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MZ세대 내에서 ‘그루밍족(패션과 미용에 투자하는 남성들)’이 늘면서 헤어케어 시장의 성장에 한 몫 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 병 가격이 21만원이나 이르는 ‘샴푸계의 샤넬’ 오리베가 불티나게 팔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하는 초고가 헤어 전문 브랜드 오리베의 백화점 매출은 2021년 대비 99% 신장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미용실에 가는 대신 집에서 직접 모발 관리를 하는 이들이 늘면서 헤어케어 제품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헤어 스타일도 ‘패션’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덩달아 럭셔리·고기능성 제품 수요가 증가했다.
업계는 럭셔리 올해 헤어케어 시장이 니치 향수를 잇는 효자 품목으로 등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달 이탈리아 럭셔리 헤어케어 브랜드 ‘다비네스(Davines)’의 국내 판권을 인수하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전개한다.
1983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럭셔리 헤어케어 브랜드인 다비네스는 국내에서 고기능성 전문가용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중 베스트셀러 제품인 ‘에너자이징 샴푸’는 한 병에 12만원대(1000㎖ 기준)에 달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다비네스를 국내 최고 헤어살롱 브랜드로 키우는 동시에 온·오프라인 매장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LG생활건강 역시 지난해 알틱폭스 브랜드를 소유한 회사의 지분 56%를 인수하며, 럭셔리 헤어 케어 시장에 뛰어들었다.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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