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현장] 금융당국 수장의 지각 은행영업 지적
금융산업 사용자협의회와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코로나19 이후 단축된 영업시간을 정상화하기 위한 논의에 나섰다. 수년째 이어진 영업시간 단축이 이제라도 정상화 과정을 밟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여러모로 아쉬움이 크다.
금융당국 수장들의 쓴소리가 나오자 겨우 은행 노사가 움직이기 시작한 탓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0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면서 "은행 노사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행보다.
이에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 코로나19 방역이 정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 영업시간도 정상적으로 복원하는 것이 은행권에 대한 국민들의 정서와 기대에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는 국민생활 불편 해소 측면에서 뿐 아니라 서비스업으로서의 은행에 대한 인식제고와 비정상의 정상화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수장들의 연이은 경고성 발언은 은행영업 시간 단축을 더 이상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은행권은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에 따라 영업시간 단축을 반복했다. 그러다 2021년 7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강화되자 영업시간을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해 4월 해제됐는데도 단축된 은행들의 영업시간은 지금까지도 요지부동이다. 각 은행 경영진들은 노조 핑계를 됐고, 금융노조 측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위해서는 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가 먼저라고 버텼다.
이후 코로나가 재유행 조짐을 보이기라도 하면 영업시간 단축을 유지하는 게 옳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카드로 영업시간 단축을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불편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었다. 단축된 영업시간 탓에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은행 업무 처리를 위해 연차까지 써야 한다는 호소가 나왔다. 비대면 영업이 활성화되면서 은행을 찾는 발걸음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주택담보대출 등을 위해서는 여전히 은행 영업점을 방문해야 한다. 또한 대면 업무를 선호하는 고령층 등의 불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은행 입장에서는 영업시간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은 영업시간 단축에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갔다. 금리상승세 속 예대마진이 확대되면서 앉아서 막대한 이자 수익을 올렸다. 덕분에 은행 직원들도 연말에 두둑한 성과급을 챙길 수 있었다.
고객을 이렇게 무시하고도 엄청나게 돈을 벌고, 성과급 잔치까지 벌이니 따가운 눈길을 피할 수 없다. '고객 만족'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일반 기업들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행태다. 여기에 은행들이 점심시간 동안 영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나오자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뒤늦게 영업시간 정상화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이렇게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제라도 금융당국 두 수장이 나선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지켜보기만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영업시간 단축의 정상화는 은행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며 뒷짐을 졌다. 민간기업의 경영에는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목소리를 내왔던 것에 비하면 무책임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그 사이 금융소비자의 불만은 커졌다.
국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상황에서는 한걸음 물러서 있고, 금융회사의 CEO 인사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금융당국의 모습에서 본분을 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길홍 금융부동산부 금융팀장 slize@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고생에 "성경험 있냐"…음담패설한 40대 담임 교사 벌금형
- 10대 때 포르노 접하는 美 청소년들, 왜 보냐 물어봤더니…놀라운 대답
- 인터넷 생방송 중 잠든 여성 성폭행한 30대 징역 7년…"극심한 수치심"
- ‘눈물바다’ 된 이재명 팬 카페 “정신 차리니 눈물 터져…밥알인지 눈물인지”
- 女 초등생 성폭행도 모자라…알몸 위에 음식 놓고 먹은 10대들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내년 6월부터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기간 3년 단축"
- [트럼프 2기 시동]트럼프 파격 인사… 뉴스앵커 국방장관, 머스크 정부효율위 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