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훈의 디지털플랫폼정부 철학] 〈3〉대한민국 정부의 디지털 혁신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정부의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한민국 정부의 디지털 혁신작업이라 할 수 있다. 디지털혁신(DX, DT)은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에 디지털 기술을 통합해서 운영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은 다음 3개 관점에서 DX에 회사의 미래를 걸고 사력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첫째 비즈니스 프로세스 혁신, 둘째 비즈니스 모델 혁신, 셋째 조직 및 문화 혁신이다. 모범 사례로 롤스로이스를 살펴보자. 과거 롤스로이스의 비즈니스는 세계 항공사에 항공기 엔진을 파는 것이었다.
롤스로이스 엔진에는 수많은 센서가 들어가 있어서 연료 사용량, 압력, 기온, 항공기 높이, 속도, 기압 등 다양한 정보가 수집된다. 그 데이터는 세계 고객사들이 운항하는 비행기로부터 실시간으로 롤스로이스가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연결된다. 고객사의 정비사들이 미처 알기도 전에 어떤 부품에 문제가 있고 최적의 정비 타이밍은 언제인지를 예측하게 하며, 필요한 부품과 인력이 비행기 정비를 위해 적시에 현장에 도착하게 한다.
고객은 비행기를 쓸데없이 세워두지 않고 365일 24시간 이용할 수 있다.
롤스로이스가 주력하고 있는 예지정비시스템이다.
롤스로이스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최적화했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도 변화시켰다. 이제 엔진을 판매하기보다 렌털하고 운항 결과까지 책임지는 사업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기술적인 부담을 덜고 더 나은 서비스를 승객에게 제공하는 데 집중함으로써 엔진의 생애 주기 전부에서 얻는 효용이 증대된다.
롤스로이스는 판매 수익에 관리서비스를 더해 매출을 늘리며, 고객이 쉽게 공급처를 바꾸지 못하게 하는 록인(lock-in) 효과를 얻게 된다.
최고경영자(CEO)들은 DX를 기술 부채(Technology Debt) 관점에서 파악한다. 꼭 투자해야 할 기술에 투자하지 않음으로써 약화한 경쟁력이 기업의 부채처럼 작용하는 현상이다. 대통령, 장관 등 고위 행정 책임자들도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의 기술 부채에 민감해야 한다.
한국의 디지털정부는 세계적으로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바 있지만 역사가 길어지다 보니 혁신 관점에서는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1만7060개의 시스템이 고립돼 사일로를 이루고 있다. 프로세스 혁신은 생각하지 못하고 아날로그 프로세스를 본뜬 디지털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데이터 개방을 말하지만 중요 핵심 데이터는 개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런 고질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 디지털플랫폼정부의 핵심 과제다.
△국민중심 프로세스 혁신
영국의 정부디지털서비스 원칙에는 '국민은 정부의 행정서비스를 받기 위해 정부 조직에 대해 알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다. 내가 원하는 행정서비스가 무엇인지를 알면 되지 각 업무를 어느 부처, 어느 과에서 담당하는지 알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우리는 디지털 시스템이 공무원 중심 업무 프로세스를 돕는 형태로 만들어져 변화가 거의 없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동산 거래 등기제도가 있다. 적어도 3개의 관공서를 대면 방문해야 하며, 9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방문해서 17개의 서류를 출력하고 4곳의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따로따로 결제해야 한다. 전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다.
앞으로는 한 곳에서 한 번의 인증과 신청, 한 번의 결제로 모든 업무가 끝나게 될 것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시작에서 끝까지(end-to-end), 국민 입장에서, 한 곳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원스톱(1-stop) 프로세스를 목표로 삼았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형에 기반한 생태계 조성
많은 기업이 정부 서비스보다 기술적으로나 질 측면에서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통합·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민간이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만들어서 제공할 수 있는 대민서비스 앱스토어를 운영하면 자유 경쟁에 의해 국민 만족도가 향상될 것이다.
민간의 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과 데이터 융합을 통해 국민 맞춤형 서비스 및 취약계층의 효율적인 포용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 참여 기업을 세계적인 디지털서비스 기업으로 육성할 수 있다. 세계를 주도할 혁신 생태계의 시작이다.
△조직 및 문화 혁신
디지털플랫폼정부는 대민서비스뿐만 아니라 내부 행정서비스도 100% 디지털화를 목표로 삼아야 한다. 회의, 보고, 결제, 구매, 예산, 인사 등 모든 내부 프로세스에 종이문서를 더 이상 사용하지 말고 디지털프로세스를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정책·의사 결정에서도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과학적인 결정이 이루어지는 문화 및 이에 맞는 조직 변화가 이뤄질 것이다.
DX에서 더 중요한 단어는 디지털이 아니라 혁신(transformation)이다. 혁신은 사람이 만든다. 정부의 모든 행정 프로세스, 조직, 문화까지 혁신을 이루는 것이 디지털플랫폼정부의 목표다.
오종훈 KAIST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인프라분과 위원장)·johnoh@kaist.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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