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소재 국산화는 ‘미봉책’…하나의 산업으로 키워야”
韓, 배터리 소재 기반 취약…日에도 밀려
공급망 변화 등 외부 환경에 경쟁력 휘둘려
2010년부터 소재 경쟁력 키운 中 사례 주목
“원료 정제부터 소재 제조까지 함께 육성 필요”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저는 ‘소재 국산화’라는 용어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해외기업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지만 경제 안보나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국산화하는 것은 미봉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외부 환경에 따른 공급망 변화 등 상황이 반전되면 언제든지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차전지(배터리) 소재 국산화라는 표현을 경계했다. 우리나라가 핵심 광물이나 소재 분야도 배터리와 비슷한 인식을 두고 그 자체를 하나의 산업으로 육성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은 “이차전지용 핵심 광물인 리튬, 니켈이나 필수 소재인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은 소재기업들 스스로가 해외 기업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다만, 아직 국내 소재 산업 경쟁력이 약한 부분이 있으니 단기간 내 역량 강화를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박 수석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산업의 밸류체인을 살펴보면 조달, 수요 측면이 약점”이라며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듯이 일본에는 근소하게 뒤처지거나 비슷한 양상이고, 중국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취약하다. 수요 측면에서는 내수시장의 차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배터리 수요가 정보기술(IT) 기기 중심이던 시절에는 국내 전자기업들의 높은 글로벌시장 점유율 덕분에 배터리 기업들의 공급량이 만회가 됐으나, 북미 전기차 중심의 중대형 이차전지 시장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한계에 부딪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분석 자료를 보면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도 2028년 자국 내에서 배터리를 전량 생산하고 조달할 수 있을 전망이나, 소재는 100% 역내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는 “2030년에도 미국과 유럽 현지에서 생산되는 소재는 필요량 대비 양극재는 25%, 음극재는 13%에 불과할 전망이고 핵심 광물은 말할 것도 없다”며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낮아지긴 하겠지만, 핵심 광물과 소재 분야는 배터리에 비해 많은 도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박 연구원은 배터리 소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그는 “중국 기업들의 핵심 광물 매장량이나 채굴량 점유율은 높지 않으나 정제-제련과 소재 제조에서 글로벌 점유율이 높은데, 지금까지 어떻게 경쟁력을 키우며 점유율을 높여 왔는지의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중국이 2010년부터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중심으로 보조금을 제공해왔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차량 가격의 최대 50%에 달하는 파격적인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자국산 점유율을 급격히 높인 것이 2010년대 초반 5%에 불과하던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시장 내 점유율을 불과 4년 만에 50% 이상으로 키운 배경”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중국은 이때 자국의 이차전지, 소재 분야까지도 경쟁력을 키웠다”며 “양극재는 2012~2016년 4년간 자국 내 생산량을 4만4000톤(t)에서 16만2000t으로, 음극재는 2만8000t에서 12만3000t으로 4배 가까이 불렸다. 현재 중국의 압도적인 글로벌 점유율에는 이 시기가 큰 영향을 줬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중국의 사례처럼 핵심 광물을 채굴해 정제, 제련을 거쳐 소재까지 제조하는 과정을 하나의 큰 산업으로 보고 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박 연구원은 “소재 산업은 이차전지에 종속적이며 의존적인 경향이 강하다”며 “원료에서 소재까지의 산업이 스탠드 얼론(Stand-alone) 할 수 있어야 중국 기업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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