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민연금 보험료율 22%까지 올려야"
매년 단계적 인상 제안 … 국회 논의·여론 반발이 변수
국민연금의 재정 고갈 위기를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현재 월 소득의 9%인 보험료율을 21% 이상으로 2배 이상 올려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 방안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저항이 거센 가운데, 이렇게 가파르게 보험료율이 인상될 경우 작지 않은 파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최근 국회입법조사처에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연구용역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국민연금 재정 안정의 핵심 대책으로 보험료율(현행 9%)을 최고 21%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이 제시됐다. 보험료율은 국민연금 제도가 시작된 1988년에 3%로 정해졌다. 이후 1993년에 6%, 1998년에 9%로 올랐지만 그 뒤로 24년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았다. 저출산·고령화 추세 속에 현행 국민연금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2057년에는 재정이 고갈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보험료율은 18.2%로 한국의 두 배가 넘는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금개혁을 노동, 교육과 함께 올해 3대 개혁 중 하나로 설정한 바 있다.
보사연은 이번 조사에서 재정 안정의 기준을 '2093년 말 적립배율 2배'로 설정했다. 70년 뒤 보험료를 더 걷지 않아도 가입자들에게 2년 동안 연금을 줄 수 있는 재정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지금보다 12%포인트 넘게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방안은 2025년부터 매년 0.5%포인트를 올려 2036년에 15%까지 인상하자는 기존의 유력 방안보다 훨씬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향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주도할 개편 과정에서 보험료율 논의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구 책임자인 윤석명 보사연 연구위원 추계에 따르면 보험료율과 지급 시기 등을 현행대로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재정수지는 2040년부터 적자로 돌아선다. 연간 적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져 2050년 85조원, 2060년 159조원, 2070년에는 무려 200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만 보사연은 보험료율을 한 번에 많이 올리면 국민에게 큰 충격이 예상된다며 단계적 인상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했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보험료율을 매년 같은 폭으로 인상해 최종적으로 21.89%로 올리는 방안, 내년부터 매년 올리되 2033년 22.63%로 목표를 설정하는 방안 등이 보고서에 담겼다. 보험료율을 1년에 두 차례 올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희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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