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으로 보수언론·정치권·사정기관 카르텔 작동하나
국정원 간첩수사 정보, 조선일보 등 보수매체 보도 이후 대공수사권 폐지 반대 여론조성
국민의힘 나서 문재인 정부 비판하며 보수매체 주장에 동조…시민단체 "공안조작" 비판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지난 9일 조선일보 보도를 시작으로 보수매체에서 국가정보원의 간첩 사건 수사상황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보수 매체에선 사설을 통해 국정원이 올해 말 경찰에 대공수사권을 이관하기로 한 국정원 개혁 조치에 대해 비판하며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사정기관과 보수언론 주장에 동조하며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요지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원 개혁과 '친북' 행보에 대한 비판이다.
[관련기사 : 국정원 간첩사건 수사내용 보도, 목표는 대공수사권 지키기?]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10일 “문 정권 방기 아래 암약하는 간첩단 적발, 대공 수사 역량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란 논평에서 “간첩단 활동이 제주뿐만 아니라 창원, 전주, 진주 등에서도 포착됐다. 이미 북한의 지하조직이 전국적으로 결성돼있음을 의심케한다”며 “간첩이 이토록 활개할 수 있었던 데는 지난 정권의 책임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양 수석대변인은 “대통령이 나서 간첩들의 활동에 제약이 없도록 편의를 봐준 것이나 다름없다”며 “대공수사권이 오랜 노하우와 전문성을 가진 조직에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지난 문재인 정권 5년은 북한 간첩이 활동하기 딱 좋은 시절이었고, 활개 쳤을 것이라는 국민적 우려는 크다”며 “정부는 대공 수사 기능 회복과 역량 강화를 위해 원점에서 면밀한 점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국회부의장)도 페이스북에 “북한과의 평화쇼에 집착하던 민주당·문재인 정부는 국정원을 남북대화 창구로 전락시켰다”며 “경험 없는 경찰에 국정원 수준의 대공 수사 역량을 기대하긴 어려운 실정”이라고 썼다.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제주 간첩단은 빙산의 일각…산산조각 깨진 문재인 정권의 남북 위장 평화쇼”란 글에서 “문 정권 하에서 무장해제된 우리의 대북 방첩역량을 조속히 원상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당권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도 국민의힘을 다수당으로 만들어 국정원에 대공수사권을 되찾아주겠다고 했다.
주 영국 북한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11일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주는 것이며 북한의 대남적화통일에 동조한 것”이라며 다른 의원들보다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태 의원은 “무너진 안보 , 국가의 존폐 위기에 지금이라도 강력히 대처해야 하며 국가안보의 최일선에 있는 국정원을 비롯한 대공수사 기능을 다시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정치권에서도 나서서 지난 정부 국정원 개혁 조치인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를 비판하며 보수정당-보수언론-사정기관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아일보는 11일 “'나라 넘어갈 뻔했다'…檢 '간첩단' 수사팀 11명으로 증원”라는 단독보도를 통해 검찰이 간첩단 사건 수사 인력을 늘린다는 소식을 전했다. “나라 넘어갈 뻔했다”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동원해 공안정국을 조성하는 셈이다. 해당 기사에는 국정원 전직 고위관계자가 직접 동아일보에 인터뷰도 했다. 해당 고위관계자는 “이런 건은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내사 수사에만 6, 7년 걸린다”면서 “지금도 내사 수사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 “간첩단 발본색원하고 대공수사권 이양도 재고해야”에서 “대공수사 경험과 역량이 크게 떨어지는 경찰이 과연 북의 파상적인 대남 적화전략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경찰 역량이 커질 때까지 한시적으로라도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국민행동)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이러한 흐름에 대해 '공안 조작'이라는 입장이다. 이들 단체는 압수수색 영장 내용이 보수매체에 전달된 것에 대해 국정원과 언론사 기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가 원칙임에도 현재 진행중인 위 사건들은 경찰을 배제한 채 국정원과 검찰의 공조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국정원은 자신들의 생존권이었던 대공수사권 이양을 앞두고 수사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윤석열 검찰은 정권의 위기 탈출과 국면전환용으로 이른바 공안사건 조작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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