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아침에] 아직도 기업은 괴롭다
미세먼지에 과태료 내며 공장 가동
유류가격 등 거래장부 공개 압박도
말로만 규제완화, 현장선 체감못해
위기 넘으려면 시장과 소통 늘려야
새해 벽두부터 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 연일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면서 시민들은 마음 놓고 외출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반 국민들의 고통도 고통이지만 기업들은 이중 삼중의 부담을 떠안고 있다. 미세먼지가 덮치면 곧바로 공장 가동을 축소하고 결과를 보고하라는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시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노후화된 석탄 발전소나 노후 경유차뿐 아니라 산업단지나 건설 현장도 직격탄을 맞는다.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지만 기업들로서는 느닷없는 규제로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올 들어서도 대규모 산업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미세먼지 저감 차원에서 몇 차례 조업 시간을 줄이라는 공문을 받았다. 하지만 결국 일부 기업들은 200만 원의 과태료를 내고 공장을 계속 돌리기로 했다. 1분 1초의 시간이 생존 문제와 직결되는 기업 입장에서는 공장을 돌려 생산효율을 높이는 편이 훨씬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내심 환경부나 지자체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지금은 미세먼지 때문에 공장도 마음대로 못 돌리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정부와 달리 취임 일성으로 기업 규제 개선을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만날 때마다 “우리 기업이 모래주머니를 달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뛰기 어렵다”면서 과감한 규제 혁파를 약속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정권이 바뀌어도 기업 위에 군림하려는 듯한 일선 부처의 강압적 자세가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푸념이 쏟아져 나온다. 친기업을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3’을 둘러본 이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화상 통화만으로 환자 상태를 진단하는 등 국내에서는 규제에 가로막혀 엄두도 내지 못할 첨단 기술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민간 발전사들은 동해안에서 수도권을 잇는 송전선로 건설이 중단되면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투자에 나섰다가 최첨단 발전소를 놀려야 하는 사면초가에 몰렸다. 최근에는 정부가 물가 안정을 내세워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의 거래 장부까지 일일이 들여다보겠다고 나서 ‘영업 비밀 침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게다가 정부에서 관리하는 알뜰주유소는 보고 및 공개 대상에서 빠져 민간 부문과의 불공정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정부는 ‘신발 속 돌멩이’를 없애고 기업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내놓은 정책을 살펴보면 공허한 구호에 머무르거나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 보고에서 2027년까지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를 13㎍/㎥까지 낮추기 위해 석탄발전·철강·시멘트·정유 등 미세먼지 다배출 4개 업종의 배출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려면 제반 문제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를 공개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환경부도 규제만 하는 부처가 아니라 환경 산업을 키워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8월 ‘명령형 규제’에서 ‘소통형 규제’로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이제는 획일적 감축에서 벗어나 맞춤형 규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자면 전시 행정이 아닌 창의적이고 유연한 대응이 요구된다. 대기·수질 배출 오염 물질 농도를 규제 기준의 50% 이하로 관리하고 폐기물 재활용률을 90% 이상으로 높인 기업에 자금·기술 지원 등을 제공하는 ‘녹색기업지정제’처럼 인센티브 위주의 정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됐으니 공장 가동을 중단하라는 식의 일방통행에서 벗어나 당국과 기업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애로 사항을 공유하고 기업의 실정에 맞는 정책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은 경제위기 돌파를 위해 시장과의 소통을 더욱 늘려야 할 때다.
정상범 수석 논설위원 ssang@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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