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혜 연출 "모파상 단편소설, 판소리 1인극으로 재탄생"
기사내용 요약
문화예술위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6편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모파상의 단편소설 세 편을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어요. 절제미와 아름다움 그리고 허무함 속에 공감을 찾아내죠."
프랑스 대표 작가 모파상의 1880년대 단편소설 '보석', '콧수염', '비곗덩어리'가 판소리 1인극으로 재탄생한다.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우수 신작 발굴 지원사업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 28편 중 하나다.
'판소리 쑛스토리-모파상 편'의 각색 및 작창, 연출을 맡은 박인혜는 11일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모파상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라며 "소재를 택할 때 판소리와 잘 어우러질 것인가를 염두에 둔다. 가장 중요한 건 동시대 우리에게 유효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인간의 속물근성, 전쟁 속에 드러나는 본능과 충동, 삶의 어두운 부분을 과감하게 보여주며 생동감있게 무대 위에 그려낼 예정이다. 박 연출은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MBTI 등 인간을 유형화한다. 하지만 모파상의 글을 읽다 보면 인간을 쉽게 유형화하고 재단할 수 없다는 걸 깨닫는다"고 전했다.
이야기를 들려주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판소리의 특성에 따라 '비움'의 무대를 추구한다. 그는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도 연출적인 효과를 구상하고 있다"며 "4인의 연주자가 함께하는데, 세 편을 각기 다른 개성으로 무대화하면서 인적 구성이나 악기를 다르게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연극 '빵야'와 '노스체', 뮤지컬 '앨리스'와 '다이스'도 이달 말부터 차례로 선보인다.
'빵야'는 역사의 생생한 현장에 함께했던 낡은 장총 한 자루로 한국 현대사를 풀어낸다. 한물간 드라마 작가 나나가 일제 강점기 때 장총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집필하는 과정을 그린다. 비극적인 현대사와 이를 이야기를 만드는 나나의 고민으로 크게 두 줄기를 이룬다. 장총은 한 명의 인물로 표현되며, 배우 하성광과 문태유가 맡는다.
고강민 엠비제트컴퍼니 대표는 "김은성 작가가 한 장의 사진을 보고 구상한 작품이다. 역사의 비극적인 현장에 등장하면서도 이 총이 가진 꿈이 있다. 작가의 상상력이 투영된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말했다. 31일부터 2월26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프로젝트집단 세사람의 '노스체'는 원전 폭발 이후 사고 중심지로부터 수십㎞ 떨어진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소수의 사람들이 작은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이곳에 재난로봇 노스체가 들어온다. 또 관광으로 폭발지 중심에 들어갔다가 길을 잃은 사진작가 필과 오랫동안 마을을 떠나 있었던 연이 마을로 돌아오며 작은 파동이 생긴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장르의 연극이다.
뮤지컬 '앨리스'는 실제 나이 17살, 정신연령 5살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지고 있는 소녀 나영이가 주인공이다.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곧 어른이 되어 아빠와 이별해야 하는 나영이가 친구 토끼 인형을 매개로 이상한 나라로 모험을 떠나며 시작된다. 나영의 눈에 비치는 세상을 따라가며 따뜻함을 전한다. 28일부터 오는 2월26일까지 이해랑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제작사 섬으로 간 나비의 윤상원 연출은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나영이가 모험을 통해 성장하며 어른이 되기로 결심한다"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다룬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제대로 보진 못했다. 드라마 방영 전에 창작을 시작했고 쇼케이스를 올렸다. 이 장애엔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나영이는 소리와 색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또 뮤지컬 '다이스'는 인류 최초의 주사위를 만든 소년을 다룬다. 기원전 1184년 트로이가 함락되고 종적을 감춘 도시 퀘베이아를 배경으로 한다. 운명을 규정짓고 억압하는 성벽을 넘어 진정한 자유를 찾아나가는 이들이 주인공이다. 4인조 라이브 밴드가 팝과 록 장르의 음악을 연주한다.
이 밖에도 그랜드오페라단은 '피가로의 결혼' 후일담 성격의 오페라 '피가로의 이혼'을 2월3일과 4일 구로아트밸리 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4인극 옴니버스 형식으로 21세기 서울을 배경으로 현대인들의 부부관계, 남녀관계의 여러 단면을 조명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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