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도 '과반노조' 눈앞···노사갈등 부메랑 된 'IT 복지경쟁'
카카오, 전면출근에 가입 폭증
이르면 내주 초 과반노조 달성
한컴 등 재택축소에 불만 커져
넥슨 케이크 보상 등 임금갈등도
경기침체로 복지 축소 불가피
올 IT업계 노사갈등 확산 우려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밀집돼 있는 판교밸리에서 직원들의 불만이 들끓는 곳은 게임 업체 넥슨만이 아니다. ‘과반 노조’ 달성을 눈앞에 둔 카카오는 물론 재택근무를 없애거나 줄인 여러 IT 기업들도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IT 업계는 코로나19 기간에 산업 특성을 살려 재택근무를 적극 시행해왔던 만큼 직원들이 출근 복귀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경영 효율화가 필요해지면서 업계가 그동안 앞다퉈 펼쳤던 임직원 복지 경쟁이 이제는 오히려 부메랑이 돼 노사 갈등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 노동조합 ‘크루유니언(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은 본사 기준으로 임직원의 가입률이 50%를 넘어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과반 노조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노사가 현재 시시각각 변하는 가입률을 공식 집계하는 중으로 다음 주초 과반 노조 달성이 공식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입률은 최근 가파르게 증가해 이날 기준으로 40% 후반이다. 50% 달성까지 필요한 신규 노조원 수는 수십 명에 불과하다. 카카오 임직원 수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약 3600명이다. 카카오 노조는 2020년 3월 설립돼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 등에 가입률이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 약 40%를 달성했는데 이후 다시 1개월여 만에 10%포인트 더 치솟은 것이다.
회사의 재택근무 폐지 결정이 최근 노조 가입률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노조 관계자는 “급격한 근무 방식 변화를 놓고 사측이 충분한 논의 없이 직원들에게 통보하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3월부터 사무실 출근을 우선으로 하는 ‘오피스 퍼스트’ 근무제를 시행한다. 카카오게임즈·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주요 계열사도 이런 근무제 도입을 준비 중이다.
SK텔레콤도 다음 달부터 재택근무 일수를 주 1회로 제한한다고 이달 9일 사내에 공지했는데 이를 두고 회사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일방적 결정”이라며 “직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한글과컴퓨터는 기존 주 2회 재택근무를 보장했던 근무제를 이달부터 팀별 자율 방식으로 변경, 팀장 재량에 따라 전면 출근하는 팀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역시 내부 불만이 나온다는 게 회사 노조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밖에 공유차량 업체인 쏘카, 당근마켓도 재택근무 일수를 주 2회로 줄이는 등 새해 들어 IT 업계 전반에 출근제 전환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에 따라 노사 갈등도 몇몇 기업을 넘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여지가 생겼다. 이를 의식해 카카오는 물론 이미 지난해 재택근무를 폐지했던 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게임사까지 나서서 현재 업무 공간 확충, 구내식당 증설, 식대 확대 등 재택근무를 대체할 오프라인 복지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지난해 경기 침체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넥슨의 ‘케이크 보상’ 사례처럼 임금을 둘러싼 갈등도 벌어진다. 반도체 기업 LX세미콘의 일부 직원들은 지난달 회사의 성과급 방침에 반발해 노조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 ‘세미콘 노조준비위원회’라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만들어 약 200명을 모았다. LX세미콘 직원 A 씨는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경영진이 ‘지주사 평가 등급이 낮아 연초 기대 이하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 적은 금액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는 취지의 공지를 전달했다”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역대 2위 수준으로 전망되는데 성과급을 줄이는 건 부당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넥슨 노조는 사측에 올해 두 자릿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앞서 네이버 손자회사 엔테크서비스(NTS)는 본사에 크게 못 미치는 임금 인상률에 반발해 네이버 계열사 중 처음으로 과반 노조를 결성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IT 기업들이 경영 효율화를 위해 그동안 짧은 기간에 크게 늘렸던 복지를 다시 줄이는 일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른 내부 갈등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전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직원들 입장에서는 회사가 복지를 줬다 빼앗은 것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노조 활동도 활발해질 수밖에 없다”며 “다만 현재 시장 상황이 악화된 만큼 노조 측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고통을 분담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정다은 기자 downrigh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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