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허찔린 K디스플레이, 매출 3분의1 날아갈 수도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3. 1. 11.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 마이크로LED 애플워치부터 적용 추진

애플이 자체적으로 설계한 디스플레이를 자사 제품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기존 부품 공급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와 함께 미국이 자국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움직임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말 출시되는 '애플워치 울트라'에 자체 설계한 디스플레이를 탑재하는 것을 시작으로 점차 아이폰 등 다른 제품으로도 적용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애플은 자체 생산시설에서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지만, 대량 생산은 외부 생산시설에 맡길 것으로 관측된다. 애플은 2014년 스타트업 럭스뷰를 인수한 이래 줄곧 마이크로LED로의 전환을 꾀해왔다. 2022회계연도(2021년 10월~2022년 9월)에는 디스플레이 개발을 비롯한 연구개발에만 260억달러(약 32조4000억원)를 투입했다.

애플의 디스플레이 독립 선언으로 그동안 애플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해온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14, 애플워치, 아이패드 등 다양한 애플 제품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애플이 생산하는 아이폰14 가운데 70%대에 달하는 디스플레이를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가량을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워치의 약 80%, 아이패드의 32%에 해당하는 디스플레이도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가 21%, LG디스플레이가 30~4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이 현재 계획대로 애플워치를 시작으로 아이폰 등 다른 기기에 자체 디스플레이를 적용한다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받게 되는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1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전 거래일보다 2.97% 하락한 1만3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디스플레이 주가는 장중 한때 4% 넘게 급락하기도 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이미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에 위축된 상황이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시장에서도 중국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은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가전 수요 위축 역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에 엎친 데 덮친 격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디스플레이의 재고자산은 2조5537억원으로 2021년 말(2조276억원)에 비해 25.9% 늘었다. LG디스플레이의 재고자산 역시 같은 기간 3조3504억원에서 4조5173억원으로 34.8% 급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대형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생산하던 경기 파주 P7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2018년부터 자체 설계한 디스플레이를 자사 제품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2020년 마이크로LED로의 전환을 목표로 했지만, 비용과 기술적 문제로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애플의 목표는 2024년 말 자체 디스플레이를 적용하는 것이지만 2025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마이크로LED가 애플워치와 같은 작은 사이즈의 제품에 적용될 수는 있지만 아이폰 등 더 큰 디스플레이를 필요로 하는 제품에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가가 높아지고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애플이 디스플레이를 자체 제작해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수년 전부터 추진돼 온 사항이고, 애플이 디스플레이 디자인과 공정을 자체 개발하더라도 실제 대량 생산은 외부 업체에 맡길 가능성이 높아 당장 큰 타격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연구 중인 마이크로LED 기술을 적용한 애플워치 패널 가격은 현재 워치용 패널 가격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보여 실제 도입 가능 시점은 2025년 이후가 될 것"이라며 "아이폰으로 확대 적용되는 시점도 이르면 2026~2027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스플레이에 앞서 애플은 무선 칩 등도 자체 제작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에서 공급받아온 무선 주파수 칩 등을 2025년부터는 자체 개발한 제품으로 대체해 아이폰 등에 탑재한다는 것이다. 또 퀄컴의 셀룰러 모뎀 칩도 2024년 말이나 2025년 초에는 자체 개발한 제품으로 바꾼다.

애플은 무선 통신용 칩을 독자 개발하기 위해 2019년 인텔 모뎀 칩 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등 이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애플은 앞서 인텔에서 공급받아온 맥 컴퓨터에 들어가는 반도체를 자체 개발한 칩으로 대체한 바 있다.

[최승진 기자 / 김제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