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해지보다 낫다던데"···보험사는 약관대출 한도 '싹둑'
약관대출 활용 안내한 금감원 "급격한 조정, 소비자 권리↓"
전문가들 "대출 문턱 점점 높아질 것···정부 지원 촘촘히"
만기 10년 미만 보험상품 약관대출 한도는 0%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보장 해지환급금을 보유한 보장성보험 계약의 약관대출 한도를 잔존 만기에 따라 조정했다. 단기납 상품(보험료 납입기간이 보험만기보다 짧은 상품)은 20년 이상은 기존과 같이 60%, 15년 이상 20년 미만은 50%, 13년 이상 15년 미만은 30% 수준으로 축소된다. 10년 미만 상품은 0%다. 대출이 아예 불가하다는 얘기다.
보험료 납입기간과 보험만기가 일치하는 전기납 계약의 한도도 조정됐다. 현대해상은 전기납 상품의 한도를 △5년 이상 10년 미만 50% △3년 이상 5년 미만 30% △1년 이상 3년 미만은 20% △1년 미만은 0%로 바꿨다.
앞서 신한라이프와 삼성화재도 대출 문턱을 높였다. 신한라이프는 작년 12월 변액 상품을 제외한 대부분 상품의 약관대출 한도를 95%에서 90%로 줄였고, 삼성화재는 지난해 약관대출 한도를 기존 해지 환급금의 60%에서 50%로 낮춘 이후 한도를 유지 중이다. 대상은 ‘무배당 삼성80평생보험’ 등 소멸성 상품이다.
보험사들은 건전성 등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한도를 소폭 조정했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대출을 받은 고객들이 갑자기 늘면 해약률도 늘어나는 흐름을 보인다”며 “특히 손해보험사 상품들은 만기에 가까워질 수록 적립금도 줄어드는 형태라 이자 상환이 안되면 원금손실의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약관대출은 고객이 가입한 보험의 해약환급금 50~90% 범위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고객이 낸 돈 안에서 대출이 이뤄져 신용도와 상관없고 대출 심사도 필요 없다. 과정이 간편하다보니 대출까지 걸리는 시간도 은행·카드사 등 타 금융권에 비해 짧다. 급전이 필요한 고객들이 찾는 대표적인 창구인 셈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명보험사들의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9조505억원을 1년 만에 1조1490억원(2.4%)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강도 높은 거리두기가 실시된 지난 2021년 보험사들의 약관대출액은 65조를 돌파,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면 약관대출도 덩달아 늘어나는 구조다.
게다가 최근 시중금리가 높아지면서 저축은행·카드사의 대출 금리도 높아진 만큼, 보험사의 약관대출의 금리 매력도도 높아졌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 23곳의 지난해 12월 말 약관대출 금리 확정형 대출금리는 4.14~8.54%, 금리연동형 대출금리는 3.85~5.17%를 기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보험사 약관대출 금리가 결코 낮다고는 할 수 없으나, 카드사 등 다른 금융권의 금리가 워낙 급격히 올라 최근엔 약관대출 금리가 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며 “금리를 비교해 약관대출로 전환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약관대출 한도 아예 없는 건 안돼”
금융당국은 약관대출 한도 조정은 보험사의 자율에 해당하지만, 자칫 급격하게 창구 문턱이 높아지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3일 금융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꿀팁 200선’에서 보험 해지 전에 약관대출 등 다양한 방법을 찾아볼 것을 안내하기도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한도를 조정하는 것은 회사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 약관대출이 위험한 상품은 아니다”며 “고객 입장에서 보면 현재 워낙 시중금리가 높아 약관대출 금리가 오히려 매력이 높은 상황인데, 그걸 아예 못받게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약관대출이라는 카드를 못쓰는 소비자들은 보험을 깰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대상으로 안내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사들이 갑자기 한도를 줄이면 약관대출을 계획했던 소비자 입장에선 날벼락인 상황”이라며 “소비자 안내가 사전에 충분히 돼야 소비자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이런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저신용자와 취약 차주들에 대한 지원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상용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사들 입장에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선 약관대출 한도를 줄일 수 있지만 또 약관대출을 활용하는 절박한 취약 차주들 입장에선 난감할 수도 있다”며 “취약 차주들에 대한 금융상품 지원을 늘리거나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을 지원하는 회사에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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