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편법 주담대' 1조2천억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한우람 기자(lamus@mk.co.kr) 2023. 1. 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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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실태조사서 5곳 적발
개인을 사업자로 서류위조
업계 상위권도 포함 '파문'

일부 저축은행에서 서류를 조작해 사업자 주택담보대출을 부당하게 취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저축은행을 대신해 대출이 필요한 고객을 찾아 저축은행에 연결해주는 대출모집인 중 일부가 대출자와 짜고 허위 사업자 등록, 허위 매출 등을 통해 주담대 규제를 교묘히 회피했다. 부동산이 급등할 때 사업자의 주담대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가 없었고, 이를 악용해 서류를 위·변조하고 규제를 초과한 대출을 교묘히 받아 낸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관련자 징계 검토와 더불어 수사기관에 서류 위·변조 관련 사항을 넘겨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11일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이후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 취급 실태를 집중 점검한 결과 저축은행 5곳에서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부당 취급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잔액 기준으로는 9000억원 수준으로, 저축은행 총여신(116조3000억원)의 0.8%, 사업자 주담대 총액(13조7000억원)의 6.6%에 해당하는 규모다. 적발된 저축은행은 사업자 주담대 취급 상위 5개 저축은행으로 SBI저축은행, OK저축은행, 페퍼저축은행, 애큐온저축은행, OSB저축은행 등 업계 상위권 저축은행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은 이번에 적발된 곳 외에 다른 저축은행에 대한 점검에도 나설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 관리 능력이 뛰어난 상위권 저축은행에서도 이 같은 일이 빈번히 일어난 만큼 유사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까지 저축은행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검사와 동시에 지도공문 전달, 제도 개선에 나서 위법적인 사업자 주담대가 이미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사업자 주담대 부당 취급 유형 중에는 차주가 대출모집인 자금으로 기존에 보유하던 가계 주담대를 우선 상환한 뒤 저축은행에서 사업자대출을 받아 대출모집인의 자금을 상환하고, 모집인은 대출금 용도 증빙을 위·변조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 주택 구입에 사용된 기존 대부업체 주담대를 저축은행 사업자대출로 대환하는 방식도 쓰였다. 이 같은 대출을 '작업대출'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회사원 A씨는 은행에서 가계대출 4억원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한 뒤 추가 자금이 필요하자 사업자 등록을 하고 대출모집법인을 통해 사업자대출 8억원을 신청했다. 저축은행이 A씨에게 선순위 가계대출을 상환해야 한다고 통보하자, 대출모집법인은 A씨의 가계대출을 일시 상환했고 A씨는 사업자대출 8억원을 실행할 수 있었다.

A씨는 대출 실행 당일 대출모집법인에 가계대출 상환 자금 4억원과 작업대출 수수료를 송금했다. 대출모집법인은 A씨가 사업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한 것처럼 증빙 서류를 위조해 저축은행에 제출했지만 저축은행은 실질적 내용 점검 없이 자금 용도 확인을 종료했다.

이 같은 작업대출은 개인 주담대 규제 한도를 넘어선 추가 대출이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성행했다. 사업자 주담대는 LTV에 대해 원칙적으로 규제가 없었을 뿐더러 영세 개인사업자라 하더라도 신용공여 한도는 50억원에 달한다. A씨 사례처럼 있지도 않은 사업자 등록을 한 뒤 허위 매출을 허위 세금계산서 등 서류 위조로 가공하면 이론상 집값을 넘어선 대출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금감원은 저축은행의 사업자 주담대 취급·사후 관리에 취약점이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여신심사를 개선하는 한편 용도 외 유용 여부 등 사후점검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향후 대출모집법인 검사를 통해 대출 모집 절차의 적정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명지예 기자 /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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