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밖 고위층의 ‘방향성’...대가는 흥국생명 구단의 ‘표류’
[마이데일리 = 인천 최병진 기자] 고위층의 상식 밖 ‘방향성’으로 흥국생명이 표류하고 있다.
흥국생명은 11일 오후 7시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현대건설과 ‘2022-2023 도드람 V리그’ 4라운드를 치른다. 흥국생명은 승점 47점(16승 4패)으로 2위를, 현대건설은 승점 51점(18승 2패)으로 1위를 기록 중이다.
1-2위간의 명승부지만 이슈는 다른 쪽에 있다. 흥국생명은 지난 2일 이번 시즌 새롭게 부임한 권순찬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신용준 신임 단장은 “권순찬 감독과 김여일 단장이 경기 운영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라고 경질 사유를 밝혔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흥국생명의 모기업인 태광그룹의 고위층이 선수 기용에 개입했고 이를 권 감독이 거부하자 자리를 강탈했다.
선수단도 개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일 GS칼텍스전이 끝난 후 김연경은 “모두 사실이다. 경기를 치르다가 윗선의 요구로 승리를 내준 경기도 있었다”고 밝혔다. 김해란 또한 “선수들 모두가 느꼈다. 상처를 받았다. 나 또한 마찬가지”라고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논란은 끝나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6일 권순찬 감독의 후임으로 김기중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태의 심각성이 계속되자 김기중 감독이 감독직을 고사했다. 흥국생명은 10일 김기중 감독의 뜻을 존중해 당분간 김대경 감독대행 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동시에 사과문도 발표했다. 흥국생명은 “배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경기운영 개입이라는 그릇된 방향으로 표현된 결과로써 결코 용납될 수도 없고, 되풀이되어서도 안될 일임에 분명하다. 앞으로 핑크스파이더스의 주인은 흥국생명이라는 기업이 아니라 경기를 뛰는 선수들과 이들을 아껴주시는 팬들이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구단을 운영해 나갈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결국 소위 ‘윗물’이 원한 방향성을 맞는 감독은 없었고 순항하던 흥국생명은 폭풍을 만났다. 이제는 전면 백지화 상태에서 감독을 찾아야 하고 흥국생명 관계자도 “선임 과정을 다시 시작해야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는 않다. 프로배구 감독직을 원하더라도 지금 상황에서 흥국생명에 부임하는 건 ‘리스크’가 매우 큰 선택이다. ‘독이 든 성배’를 모두가 그 누구도 원하지 않고 있다. 잘못된 방향을 선택한 대가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달아야 한다.
[사진 = 트럭시위 SNS 캡처,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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