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을 만든 사람들] 김주형·고진영 … 34승 이끈 '우승 제조기'
"나는 문제 해결 돕는 역할
논의하면서 방향 찾아나가
선수 간절함·끈기 더 중요
시드 걱정한 삼류였기에
내 아픔 느끼지 않도록
제자 레슨에 모든 걸 쏟아"
한국과 미국에서 프로골프 대회가 끝나는 일요일 저녁과 월요일 아침에 웬만한 선수들보다 많이 거론되는 이름이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를 거쳐 지도자가 된 이시우 스윙코치다. 현역 선수들 사이에서 그는 '우승 제조기'로 불린다. 그가 지도한 선수들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PGA 코리안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등 프로 무대에서 통산 34승을 차지했다.
제자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타이거 우즈(미국)보다 빠르게 PGA 투어 다승자가 된 김주형(21)과 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8), 2022시즌 KLPGA 투어 대상 김수지(27), 박현경(23), 황중곤(31) 등이 대표적이다. 이 코치가 꼽은 제자들의 성공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자신의 지도력이 아닌 제자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였다며 몸을 낮췄다. 이 코치는 "스윙, 경기 운영 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 것밖에 없다. 성적이 좋은 건 제자들이 잘해서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운이 좋은 스윙코치다. 앞으로도 제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스윙코치로 남고 싶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코리안투어에서 활약하던 이 코치가 지도자로 전향한 건 우승 경쟁을 하는 선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뒤다. 여러 진로를 놓고 고민하던 그는 2007년 호주에서 골프 연수를 받던 중 남을 가르치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이 코치는 본격적으로 지도자의 길을 걸었고 2010년부터 조금씩 이름을 알려 나갔다.
이 코치는 "코리안투어에서 활약할 때부터 동료들이 스윙을 봐달라고 많이 했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는 재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호주 골프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3년 정도는 거의 쉬는 날 없이 레슨을 했다. 프로골퍼로서 이루지 못한 꿈을 스윙코치로 이루고 싶어 정말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프로골프 대회가 계속 열리는 시즌 중에 이 코치가 소화하는 하루 일정표를 보면 새벽부터 저녁까지 빽빽이 차 있다. 새벽부터 낮까지는 연습장과 현장을 다니며 국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을 지도하고 저녁에는 PGA 투어와 LPGA 투어를 누비고 있는 선수들과 영상통화 등을 통해 스윙을 점검한다. 그러나 이 코치는 피곤하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선수 시절 나는 컷 통과와 시드를 걱정하는 삼류 선수였다. 제자들이 나와 같은 아픔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 레슨할 때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며 "지금 돌아보면 선수 시절의 실패와 좌절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제자들이 꽃길만 걸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모든 노력을 다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제자들이 생각하는 이 코치는 어떨까. 김주형과 고진영, 김수지 등은 이 코치의 분석과 소통 능력에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 코치의 제자들은 "부족한 부분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알고 있다. 또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선수가 왜 불안해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며 "자신의 방식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지 않고 논의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지도법이 이 코치의 장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코치는 선수를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이야기를 나눈다고 밝혔다. 그는 "골프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레슨도 똑같다. 스윙 등을 어떤 방향으로 선수와 함께 가져갈지 논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선수의 부모님과 친구 등 주변인의 이야기를 듣고는 어떤 것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선수가 원하는 골프와 스윙에 맞춰 레슨하는 건 앞으로도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프로골퍼를 꿈꾸는 주니어 선수들을 위한 특별한 조언도 했다. 이 코치는 "재능이 없어도 프로골퍼로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간절함과 끈기 없이는 안 된다"며 "성적에 대한 조급함을 버리고 자신만의 속도로 차근차근 나아간다면 김주형과 고진영 등처럼 멋진 프로골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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