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기업을 거저 줍니다"
업력이 100년을 넘긴 기업이 한국은 7개인데 일본은 3만3000개가 넘는다. 일본은 가업을 잇겠다는 사명감이 강해서 그렇다는 분석이 있다. 아버지가 하던 작은 덮밥집을 물려받기 위해 대기업 직장을 버린 명문대 출신 아들 얘기가 기억이 난다.
이제 그 사명감도 옛말인가.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일본 기업들이 후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었다. 홋카이도에서 물류업을 하는 73세의 요코야마 히데카즈 씨는 그중 한 명. 그는 젊은 시절 아버지가 하던 농장을 물려받았다. 싫었지만 장남이기에 그렇게 했다. 그는 인근 농장에 사료와 자재를 실어 나르는 물류업으로 방향을 틀었고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자식들은 가업을 승계할 생각이 없다. 이해도 된다. 요코야마 씨의 사업체가 있는 곳은 인구 2만명의 소도시. 날씨가 매우 춥다. 사업체 인근 초등학교가 11년째 문을 닫고 있을 정도로 인구 감소의 타격도 크다. 그의 자식들은 물론이고 직원들까지 춥고 외진 곳에서 계속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결국 요코야마 씨는 후계자를 찾는다고 광고를 냈다. 회사를 거저 주겠다고 했다.
일본 기업 오너의 평균 나이는 62세. 승계를 생각해야 하는 나이다. 그러나 이들 중 60%는 승계가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출생률 급락이다. 자식은 기껏해야 한두 명. 이들 중 가업에 대한 관심과 능력을 겸비한 이가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 더욱이 지방 소도시는 인구가 줄면서 쇠락하고 있다. 젊은 승계 후보들은 대도시로 떠나고 싶어 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19년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기업 63만개가 이익을 남기는 상황에서 문을 닫고 일자리 650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일본보다 출생률이 낮다. 가업 승계 의지도 작다. 지방 소도시에 자리 잡은 중소기업은 후계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일 수 있다. 기업이 문을 닫으면 지방 소멸은 더 빨라진다. 일본을 보니 우리에게도 곧 닥칠 미래다.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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