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이번엔 ‘신탁’ 전세사기…“신탁원부 확인해야”
[앵커]
이번엔 또 다른 전세사기 소식입니다.
서울 구로와 관악구 일대에서 세입자 수 십명의 보증금을 가로챈 일당이 적발됐습니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부동산 신탁'의 허점을 악용했는데요.
신탁된 부동산에 세를 들 때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홍화경 기자가 알려드립니다.
[리포트]
빌라왕. 빌라의 신. 건축왕.
부동산 사업으로 큰 돈을 번 사람을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모두 전세 사기 용의자들입니다.
무자본 갭투자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수백에서 수 천 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사들인 뒤 집 없는 서민들을 울린 이들의 실체가 전국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는데요.
이들에게 속은 세입자들은 당장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막해졌습니다.
어렵고 복잡한 부동산 계약, 부동산 중개인까지 꼈지만 소용이 없었는데, 이 가운데에는 '신탁 부동산'을 이용한 사기 수법도 있었습니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10여 세대 규모의 소형 오피스텔.
A 씨는 2019년 말 보증금 1억 천만 원에 전세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집을 비워달라는 소장이 날아왔습니다.
[A씨/피해 임차인/음성변조 : "(중개보조원이) '나도 같은 건물에 산다, 나도 똑같이 계약서 썼는데 이게 이상하면 내가 하겠냐' (했는데)…."]
알고 보니, A 씨가 세를 들기 전 사기를 위한 물밑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신탁'. '믿고 맡긴다'는 뜻인데, 부동산에 담보 신탁을 설정한 겁니다.
신탁 설정 과정은 이렇습니다.
① 먼저, 명의상 집 주인인 신 모 씨가 소유주로 등기부에 이름을 올립니다.
② 그 뒤 부동산 신탁회사에 소유권을 넘기면서, ③ 그 집 소유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습니다.
이제 이 부동산의 소유권은 부동산 신탁회사가 갖게 되겠죠.
신 씨가 대출을 갚지 않는 한, 집주인은 신 씨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신 씨는 집주인 행세를 계속 하면서, 임차인들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신탁이 설정된 부동산은 소유권을 가진 신탁회사가 동의하지 않으면 임대차 계약이 원천 무효인데요.
이런 점을 모르는 일반인들을 노렸습니다.
[A 씨/피해 임차인/음성변조 : "사실 신탁에 대한 것도 모르는데, (중개보조원이) '이건 전혀 문제가 없고 나중에 돈 다 돌려받을 수 있고'…."]
미리 입을 맞춘 부동산 중개보조원은 "보증금 반환에 문제가 없다. 집주인 재산이 많다. 공증해주겠다. 또 확실한 물건이다." 이렇게 바람을 잡으며 세입자들을 속였는데요.
실소유주로부터 계약 체결 건당 100에서 200만 원의 보수를 지급 받았습니다.
2017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이런 '가짜' 집주인들에게 당한 이들은 지금까지 확인된 경우만 47명.
범행을 설계한 부동산 실소유주 60대 송 모 씨는 보증금 38억여 원을 가로챘습니다.
[A 씨/피해 임차인/음성변조 : "'이렇게까지 짜고 칠 수가 있구나'라는 생각, 임차인 저 빼고는 다 짜고 친 거니까 그 계약에 관련된 사람들은…."]
경찰은 실소유주와 중개보조원을 구속 송치하고, 이름을 빌려준 가짜 집주인 등 9명을 불구속 송치했는데요.
전세 계약 시 '신탁'이 설정된 부동산은 등기부 등본뿐 아니라 '신탁원부'까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김예림/변호사 : "'신탁이 된 사실이 있다'고 하면, '신탁 원부'를 반드시 등기소에서 떼어서 확인을 해보셔야 하는 거죠. 우선 수익자가 누구인지, 이제 몇 순위로 어떻게 담보가 잡혀 있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하셔야 하는 거죠."]
신탁원부란 집주인이 신탁을 등기 할 때 제출해야하는 서류입니다.
계약 당사자와 세부적인 계약 내용이 기재돼 있어서, 임대차 계약 전에 최종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데요.
인터넷이나 무인 발급기로는 발급이 되지 않아서 반드시 등기소에 가야 합니다.
등기소에서 해당 부동산 주소와 등기부등본을 통해 파악한 신탁원부 번호로 발급을 요청하면 됩니다.
이렇게 전세 사기로 인한 추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부는 이달 중 전세 사기 예방과 단속, 처벌 등 관련 추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홍화경 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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