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후원자들, 해외 떠돌던 조선 나전함 되사왔다
16세기 나전공예 특징 보유
세계 4점뿐인 희귀 문화재
환수 이끈 조현상 위원장
"우리 문화의 힘을 키울 것"
해외를 떠돌던 16세기 조선의 나전칠기함이 국내로 환수됐다. 재계의 젊은 경영인 후원 모임인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친구들(YFM)이 해외에서 구매해 기증했다.
11일 오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공개된 나전함은 조선 16세기 나전칠기 공예의 특징을 잘 보여주는 유물이다. 이와 매우 유사한 조선시대 나전함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나전함 1점과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일본 중요문화재 나전함 1점 등 4점가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시기에 제작된 나전칠기는 전해지는 수량이 많지 않아 이번 YFM의 기증이 더 큰 의미를 갖는다.
조현상 YFM 위원장은 "이번 기증작은 문화재를 잘 모르는 문외한의 입장에서 봐도 아름답다. 기증할 수 있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 문화재를 되찾고 박물관을 알려 우리나라 문화의 힘을 높이고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YFM은 2008년 6월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과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우리 문화를 사랑하는 젊은 경영인 6명이 중심이 되어 창립됐다. YFM은 국립중앙박물관을 후원하는 국립중앙박물관회의 차세대 리더 그룹으로 창립 멤버인 조현상 위원장을 비롯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허용수 GS에너지 사장, 윤석민 회장 등 재계의 젊은 경영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조 위원장은 "한국 문화유산을 지키고 공유하고 계승하자는 취지로 결성되어 지금은 100명 넘는 회원이 있다"고 설명했다.
YFM은 해외에 유출된 우리 문화재를 구입해 기증하는 사업에 앞장서 2009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 내 '청자정(靑瓷亭)'에 청자 기와 7452점을 기증했고, 2014년에는 '고려 나전경함'을 900년 만에 일본에서 들여왔으며, 2018년에도 일본에 유출됐던 고려시대 불감을 구입해 기증했다.
이날 기증식에는 윤재륜 국립중앙박물관회 회장(성보문화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박은관 국립중앙박물관회 부회장, 박선주 영은미술관장, 김석수 동서식품 회장 등이 참석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공예사 연구에 중요한 유물이 박물관에 기증됐다. 힘들게 돌아왔는데 매우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고려시대 문양과 완전히 다른 조선 특유의 대담한 문양이 특징"이라면서 "제작한 기법이 고급 칠기를 만들 때 사용한 기법이고 나전 자체의 가격도 비쌌던 만큼 상류층 집안에서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함의 뚜껑 안쪽에 일본 오우치(大內) 가문에 전래되었다는 내용과 조선에 제작을 의뢰해 입수한 것이라는 묵서명이 있다. 일본 서부 야마구치현의 유력한 가문이었던 오우치가 1557년 몰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 함은 16세기 중엽 시기 유물인 것으로 분석된다.
상자에 여러 모양의 나전 연꽃들이 꽉 차게 배열되어 있으며, 각 꽃 장식을 동그랗게 감싸듯 배치된 넝쿨과 잎사귀, 그리고 띄엄띄엄 들어간 칠보문이 그 화려함을 더한다. 의복함이었던 박물관의 기존 소장품보다 더 작은 크기임을 고려할 때, 가로세로 46×31㎝ 크기의 이 함은 귀중품이나 문방구 등을 보관하는 용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 나전함은 1992년 크리스티 경매에 처음 나와 고가에 낙찰됐고 이후 일본인 소장가가 30년 넘게 가지고 있다가 사후에 다시 시장에 나와 지난해 9월 해외 경매를 통해 YFM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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