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조선 명품 ‘나전함’ 고국으로 돌아오다

국립중앙박물관회 기업인모임 ‘젊은친구들’
최근 미국 경매에서 구입해 박물관에 기증

각 면마다 연꽃 넝쿨무늬가 춤추는 16세기 조선 중기 나전칠기 상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박물관을 돕는 젊은 기업인들이 나라 밖에 나간 16세기 조선 명품 나전칠기 상자를 되찾아와 박물관에 기증했다. 조개껍데기 자개 조각들을 붙여 연꽃과 넝쿨 잎줄기를 면마다 채워 넣고 위 뚜껑을 아래 몸체 옆면까지 덮은 당대 최고 공예품으로, 비슷한 얼개 작품들은 석점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중앙박물관회 기업가 소모임 ‘젊은친구들’(YFM)의 조현상 위원장(효성그룹 부회장)과 일부 회원들은 11일 오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최근 미국 경매를 통해 구입한 나전함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들은 뒤이어 박물관 주최로 열린 기증식에서 유물을 박물관 관계자들에게 인도했다.

기증식에 나온 나전함은 16세기 조선 나전칠기 공예의 자연미를 드러낸 작품이다. 몸체는 세로 31㎝, 가로 46㎝의 크기에 밝은 갈색 빛을 띤다. 안에는 귀중품과 문방구 등을 넣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자 전체에 여러 모양새의 연꽃들이 나전기법으로 묘사됐고, 각 꽃봉오리 둘레에 뒤얽힌 넝쿨 줄기와 이파리, 칠보무늬의 장식미가 돋보인다. 상자 뚜껑 네 모서리도 나전 장식으로 치밀하게 마무리해 조형적 구도가 탄탄하다. 기증품을 살펴본 이용진 박물관 연구사는 “뚜껑이 몸체 전체를 감싸는 형식의 나전칠기상자는 희귀한 유형으로, 기증된 것을 포함해 국립중앙박물관에 석점이 있고,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는 한점만 전해진다”며 “조선 중기 나전공예품도 전하는 작품이 드물어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신성수 국립중앙박물관회 컬렉션위원장 등에 따르면, 환수된 나전함은 1990년대 크리스티 국제경매에 처음 출품됐을 당시 일본인이 사들여 소장해오다 그가 숨진 뒤 시장에 다시 나왔고, 이런 정보를 박물관회에서 입수하면서 구매할 수 있었다고 한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조선 나전함 기증식이 열렸다. 왼쪽 여섯번째부터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친구들’ 조현상 위원장·신성수 고문·윤재륜 회장,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젊은친구들’은 지난 2008년 조현상 위원장,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등 소장 기업인 6명이 주도해 결성했다. 현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등 100여명이 회원이다. 2018년 일본에 있던 고려시대 불감(불상을 봉안하는 보관함)과 관음보살상을 사들여 기증했고, 2021년에는 국보 반가상 두점을 집중 전시한 ‘사유의 방’ 건립을 지원하는 등 후원 활동을 지속해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