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 뭐 먹었지? 기억 안난다면…'뇌 청소' 비법 넷

정심교 기자 2023. 1. 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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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 뇌는 억울해할 수 있다. 몸은 매일 샤워하며 깨끗이 씻어내지만 정작 하루에 수백 칼로리를 소모할 정도로 '열일'하는 뇌는 주인의 생활습관에 따라 청결을 유지할 수도, 찌꺼기를 가득 안고 살아갈 수도 있어서다. 일상에서 뇌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네 가지 비법을 알아본다.

1 숙면 취하기… 치매 유발 단백질 씻어내
우리 몸이 깨어 있는 동안 뇌가 활동하면서 찌꺼기를 배출하는데, 잠을 잘 때 뇌를 순환하는 물(뇌척수액)이 뇌세포 사이사이로 들어가 이 찌꺼기를 씻어낸다. 이를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이라 한다. 글림프 시스템은 뇌 속 노폐물을 제거하는 청소 기능으로, 수면 시 '깊은 잠'을 자는 단계인 비(非)렘수면 때 뇌 속에 쌓인 찌꺼기를 배출한다. 2015년 네이처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글림프 시스템이 청소하는 찌꺼기는 치매를 유발하는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인 것으로 밝혀졌다. 강동경희대병원 신경과 신원철 교수는 "잠 양이 부족한 상태인 수면 부채(잠 빚)가 누적되면 이들 찌꺼기가 씻기지 않고 계속 쌓여 알츠하이머성 치매 발병률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면 부채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막아 어린이·청소년의 성장을 방해한다. 잠이 부족하면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혈당·혈압을 높이고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많이 분비한다. 또 당뇨병과 함께 협심증·심근경색 같은 각종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높인다. 따라서 하루에 권장되는 수면 시간(7~9시간)을 지킨다. 만약 평소보다 늦게 잠들었다면 기상 시간은 일정하게 유지하되 부족한 잠은 며칠에 걸쳐 보충한다.
2 심호흡하기… 이산화탄소 더 많이 배출해
심호흡은 가로막(횡격막)을 최대한 사용해 깊고 천천히 호흡하는 방식이다. 심호흡하면 평소보다 산소를 더 많이 들이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내뱉게 된다. 심호흡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균형을 이루는 데 도움을 준다. 교감 신경은 주로 긴장할 때, 부교감 신경은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하는데, 심호흡만 해도 이 이 두 가지 신경이 균형을 맞출 수 있다. 이를 통해 뇌의 긴장과 각성도를 떨어뜨려 전신을 이완하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은 심호흡하거나 걸을 때 분비가 촉진된다. 심호흡하면서 걷기 습관을 지녀보는 건 어떨까. 세로토닌이 더 잘 나오는 워킹법이 있다. 이른바 '세로토닌 워킹'이다. 평소보다 조금 빠르게, 더 넓은 보폭으로 걷는다. 가슴을 펴고 허리·등은 반듯하게 세운다. 호흡은 3회 입으로 내쉬고, 1회는 코로 들이마신다. 스치는 바람, 낙엽 밟는 소리 등 자연의 소리에 집중한다. 이렇게 5분 동안만 걸어도 세로토닌이 분비되고, 15분 후 최고치에 이른다.
3 뇌가 즐거워하는 영양소 먹기… 유해산소 없애
뇌 속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 속에 유해산소가 가득 쌓여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 비타민 A·C·E 등 항산화 성분은 스트레스로 만들어진 유해산소를 없애준다. 유해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 식품을 섭취해 보자. 자몽·크랜베리·녹차·토마토 등에 항산화 성분이 많다. 기억력을 높여주는 기능성 원료도 있다. 은행잎 추출물은 기억력을 개선하고 혈행 개선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원료다. 섭취 후 6시간 동안 기억력의 질을 평균보다 높게 유지하도록 도와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필수아미노산은 뇌 피로를 풀고 뇌를 즐겁게 해주는 대표적인 영양소다. 필수아미노산은 피로한 뇌에 부족하기 쉬운 신경전달물질을 합성한다. 특히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은 뇌의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높인다. 트립토판은 뇌에서 세로토닌이라는 행복물질을 만드는 원료로 쓰인다. 세로토닌은 숙면 유도 물질인데 겨울엔 뇌에서 분비량이 줄어든다. 이는 숙면을 방해해 뇌에 피로를 쌓는 주범이다. 겨울철에 트립토판을 잘 챙겨 먹어야 하는 이유다. 트립토판은 우유·치즈·견과류·닭고기·오리고기 등에 풍부하다.
4 디지털 기기 멀리하기… 기억력 망치는 중독성 없애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면 기억력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른바 '디지털 중독성 기억력 장애'다. 한양대병원 신경과 김희진 교수는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뇌의 인지기능과 기억력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이 기능을 관장하는 부위가 녹슬고, 무엇을 기억하기 위한 대뇌 활동이 퇴화하면서 기억력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뇌는 만 20세까지 계속 성장한다. 이 때문에 성장기에 디지털 기기에 일찍, 많이 노출되면 신경 경로 형성에 악영향을 주고 '디지털 중독성 기억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김 교수는 "뇌는 특정 자극이 있을 때 이에 대한 반응을 반복하며 활성화하는데, 디지털 기기에 중독돼 뇌의 기억회로를 작동하지 않으면 뇌에서는 기억을 위한 활성도가 떨어져 기억장애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디지털 중독성 기억력 장애가 있다고 해도 걱정하기엔 이르다. 기억 운동 훈련을 시작하면 뇌의 활동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어서다. 이는 뇌의 가소성(유연성) 덕분이다. 디지털 디톡스가 필요하다. 잠시 스마트 기기를 끄고 운동하거나 야외 활동 시간을 늘려보자. 몸만 움직이는 운동보다는 요가처럼 명상과 신체적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운동법이 더 권장된다. 업무를 볼 땐 멀티태스킹을 피하고, 한 번에 한 가지씩만 하는 습관을 들인다. 잠자기 두 시간 전에는 모든 전자기기를 끄고, 충분히 수면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Tip. 디지털 중독성 기억력 장애인지 진단해보세요 (도움말=김희진 교수)
□ 친한 친구의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길을 찾아가기가 힘들다.
□ 어제 먹은 식사의 메뉴가 생각나지 않는다.
□ 친구와의 대화 중 85%를 이메일·메신저로 한다.
□ 같은 얘기를 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 생일·기념일을 잘 잊는다.
□ 웹사이트의 ID·비밀번호를 잘 까먹는다.
*이 가운데 3가지 이상 해당한다면 디지털 중독성 기억력 장애를 의심할 수 있음.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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