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맞댄 교육부·대학…"통합수능 대입 분석 후 개선책 마련"(종합)

김수현 2023. 1. 1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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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과목으로 인한 입시 불리 발생하지 않게 개선해야"
구체적인 대입 개선 방향은 논의 안 돼…현 체제상 문과 불리 불가피 지적도
이주호 사회부총리 대학 입학처장과 간담회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입학처장 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높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13개 대학 입학처장이 참석했다. 2023.1.11 hkmpooh@yna.co.kr

(서울·세종=연합뉴스) 김수현 서혜림 기자 = 이과생들의 '문과 침공' 문제가 불거지자 교육부와 대학이 통합형 수능 대입 전형 결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에 나선 뒤 개선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입학처장 간담회를 열고 통합형 수능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문과 침공 문제와 대학별 보완책 마련 상황, 문·이과 통합 취지에 맞는 대입 전형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2022학년도부터 실시된 통합형 수능은 학생 선택권 확대, 융합형 인재 교육이라는 2015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춰 도입됐다.

수험생들은 2022학년도 수능부터 국어, 수학은 물론 탐구에서도 계열 구분 없이 선택 과목을 골라 시험을 보고 있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은 학과에 인문·자연 계열 구분을 그대로 두고 자연 계열 학과에 수학 영역의 미적분이나 기하, 과학 탐구 2과목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주요 대학의 인문·사회 계열 학과에는 별다른 장치가 없다.

아울러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통합형 수능 도입과 함께 선택과목 집단의 평균 점수를 표준점수에 반영하는 점수 산출 방식을 적용하면서 수학에 강한 자연 계열 수험생이 고득점에 유리한 구조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2022학년도에 이어 2023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이과생들의 문과 교차 지원이 두드러지고 문과생들이 설 자리가 좁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부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최근 문·이과 통합형 수능을 둘러싸고 우려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수능 과목으로 인해서 입시의 불리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능 시험 난이도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대학, 대교협과 소통해 개선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과 침공 원인으로 그는 "실제 대입 전형에서 인문 계열과 자연 계열이 각기 다른 특성으로 운영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문·이과 통합형 수능 체제의 취지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능 점수 확인하는 고3 학생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배부된 9일 오전 광주광역시 남구 동아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자신의 수능 성적을 확인하고 있다. 2022.12.9 iso64@yna.co.kr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울대, 서울시립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한국외대, 한양대(가나다 순) 등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높은 서울 지역 12개 대학 입학처장들 역시 대체로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

그러면서 대입전형 결과를 면밀하게 분석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통합형 수능이 2년 차에 불과하기 때문에 교차 지원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대학 생활 적응도 등을 충분히 분석한 뒤에야 바람직한 대입전형 운영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각 대학에서도 통합 수능 개선책 마련에 대한 요구는 컸다.

문과로 진학한 이과생들이 학교 적응 문제로 반수나 자퇴를 선택하는 것이 대학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A 대학 입학처장은 "(통합 수능 후) 전체적으로 휴학률이 높아졌고 어문계열에는 이전에 보지 못한 유형의 학생들이 나타나 적응을 잘 못 하는 문제가 생겼다"며 "학교 입장에서도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 대학 입학처장 역시 "교수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중도 포기율"이라며 "이과생들이 문과에 들어가 공부하기가 어렵다, 반수 하겠다는 경향이 있는 대학도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C 대학 입학처장은 "문과생들한테 일방적으로 피해 가는 상황은 대학이 원하는 방향은 아니다"라면서도 "2월 말이 돼야 이과 성향 학생들이 문과에 들어가 적응을 잘했는지 판단이 가능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통합 수능 체제에서 문과생 불리 현상이 눈에 띄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날 구체적인 수능 체제 개편안은 거의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 대학 입학처장은 "(문과 침공) 문제는 수학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고, 그게 해결되는 것이 좋은데 현재 수능 체제상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과목 간 편차를 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B 대학 입학처장은 "(대입제도 4년 예고제 때문에) 2027년까지 (수능이)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며 "2028년에는 좀 바꿔야겠다고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각 대학의 대입 전형 운영 결과, 전형별 합격 학생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분석한 뒤 대입제도 현황을 진단하고 바람직한 대입전형 운영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대교협, 대학들과 지속해서 논의해 미래인재 양성, 고교 교육과의 연계성 측면에서 대입 전형이 원활하게 운영되고, 바람직한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소통해나가기로 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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